PC·모니터 해외생산 `붐`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인 A사의 K사장은 최근 납품처인 삼보컴퓨터를 방문했다가 삼보컴퓨터의 한 임원으로부터 ‘납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고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삼보컴퓨터의 생산 물량이 점차 해외공장으로 이전되는 만큼 납품처로 삼보컴퓨터에만 의지하지 말고 국내 다른 PC업체나 해외 수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충고였다.

 PC·모니터 등 국내 정보기기 산업분야의 해외 생산이 올들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PC수출 업체인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생산법인의 생산물량을 올해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월 5만대 규모를 생산했지만 올해 말까지 이를 10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멕시코 생산법인은 지난해 말 2개의 주기판 생산시설까지 구비, PC생산과 관련한 모든 구매·생산 작업을 멕시코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구매처에서 현지 생산공장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물류비용을 감안하면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안산공장은 내수 시장과 포스트PC 제품 전용생산 라인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는 주기판 생산의 경우 지난해 중국 선양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이 안산공장 물량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컴퓨터사업부는 올해 중국 공장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업계획에서 수원·중국·멕시코 등 3원화 생산거점 운영과 개발·판매 거점 확보, 수출증대 등을 추진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조직, 운영중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여러 자치 정부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놓고 공장 설립 장소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하반기내에는 중국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니터 분야는 대기업의 경우 이미 대다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된 상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해외 생산 비중은 이미 70%선을 넘어섰다. 내수 제품 중에서도 일부 제품의 경우 해외 생산 물량이 역수입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올해에도 점진적으로 해외 생산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견 모니터 업체인 이미지퀘스트도 지난해 생산물량 중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이 50%를 넘어섰다.

 이러한 생산시설 해외 이전 움직임은 중소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소 모니터 업체인 비티씨정보통신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 지역에 모니터 생산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프랑스에도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현지 무역장벽 극복이라는 취지로 추진되는 정보산업분야의 탈 한국 바람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며 “그러나 국내 산업공동화와 관련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해당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해외 생산시설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