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업계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한 회사가 부도를 맞은 안타까운 사건이 그것이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발전을 주도해 왔던 기업이고, 창업자도 그런 점에서 조명을 받아왔던 인물이라 이번 부도는 특별한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각종 벤처업계 비리로 벤처업계의 신뢰가 실추된 가운데 터져 나온터라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나는 이 회사와 창업자가 우리나라 벤처산업 발전에 미친 기여도는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회사가 행한 공과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서 다른 벤처기업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벤처산업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고유 사업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벤처연방제라는 기치아래 벤처자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회사는 한때 23개 계열사와 42개 관련사에 투자한 지주회사로까지 변신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의 누적과 코스닥 시장의 거품 붕괴로 인하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지금의 부도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같은 사업 행태는 벤처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과거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흡사하다. 다시 말해 재벌 흉내내기에 다름아니다. 이번 사건은 아무리 성공한 벤처기업이라도 차입에 의존하는 방만한 경영과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물론 이 회사의 부도를 두고 벤처의 실패를 단정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신에 이 회사의 부도 사례를 교훈삼아 나중에 똑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진섭 대전시 동구 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