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첨단기술 경연장-한국 IT팀 베스트 11

 이번 한일월드컵 우승후보로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포르투갈, 브라질 등의 국가가 거론된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모두 개인기와 조직력을 구비한 팀이라는 것. 이 팀의 베스트 일레븐 선수들은 포지션별로 타 팀의 경쟁선수를 압도하며 혹시 부족한 부분은 조직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 팀들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스타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 브라질의 ‘호나우두’ 등 모두 10년에 한번 나올 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명의 스타선수는 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팀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지만 전체 선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IT분야도 축구와 비슷하다. IT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별적인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에서 타 국가를 앞서야 하며 부족한 부분은 비교우위를 보이는 분야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극복, 전반적인 수준에서 뒤처져서는 안된다. 또 소위 스타제품, 스타기술의 발굴도 중요하다. 이러한 스타제품이나 스타기술이 뒤처진 분야의 기술개발을 촉진, 전체적인 국가경쟁력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IT기술 베스트 일레븐은 특정 분야에서 타 국가를 앞서가기도 하지만 뒤처진 분야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세계 16강에 들 수 있는 실력이다. 그러나 조직력과 각 분야의 노력이 더해질 경우 충분히 4강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월드컵을 빛낼 한국의 IT기술 베스트 일레븐을 뽑아봤다. 특히 이번 한일월드컵은 우리 생각처럼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세계적인 IT기술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베스트 일레븐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공격진=한국의 공격진으로는 D램 기술과 이동전화단말기, 그리고 인터넷이 맡게 된다.

 D램 기술과 제품은 90년 이후 전세계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분야. 이번 월드컵에서 D램은 센터포워드로 한국 기술을 전세계에 알리는 첨병으로 선발됐다. D램은 90년대 이후 계속 센터포워드로 꼽힐 정도로 부동의 스트라이커. 다만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D램이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경기가 안풀릴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한국축구의 병폐로도 지적된다.

 왼쪽 날개로는 이동전화단말기가 나선다. 이동전화단말기는 90년대 중반 급속히 실력이 향상된 선수. 이동전화단말기의 성장은 국민의 대대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시작된 국내 리그가 밑거름이 됐다. 국내에서 실력을 다져 해외로 진출,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이제는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지역에서도 통하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오른쪽 날개는 국가대표 중 가장 젊은 선수인 광대역 인터넷이 맡게 된다. 광대역 인터넷의 성장은 드라마틱할 정도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훈련으로 단 3년 만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속도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 수비진 3, 4명을 단숨에 제치고 정확한 센터링을 날릴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전세계 축구강국이 한국의 광대역 인터넷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세계에도 널리 알려졌으며 이번 한일월드컵에서는 전세계 축구팬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드필더=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고 때로는 제2의 공격진으로, 수세에 몰릴 때는 수비수로도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 또 최근의 축구 조류인 압박축구 시스템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미드필더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게임메이커로는 이동통신이 낙점됐다. 이동통신 선수는 타 선수에 비해 늦게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동전화단말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광적인 호응에 따라 실력이 급성장해 이제 전세계에서도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가장 선진기술을 접목, 타 국가에서 이의 성공여부를 관찰한 후 기술을 도입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실험정신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지나쳐도 무방한 기술까지 도입, 때로는 관중을 실망시키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왼쪽 미드필더로는 디지털정보가전이 발탁됐다. 비록 경력은 일천하지만 뛰어난 순발력을 발판으로 하는 공격가담력을 보여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재력을 구비한 프로구단 출신이 아니어서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MP3, 셋톱박스, PDA 등 경기에 따라 여러 소속으로 출전하기도 한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번 월드컵을 나서는 LCD는 최근 최고의 주가를 날리는 선수 중 하나. 한국의 LCD는 공격가담률이 높고 지칠 줄 모르는 강력한 체력이 바탕이 돼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로 꼽힌다. 오른쪽 미드필더로는 최근까지도 일본이 가장 우수한 선수를 보유했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주저없이 한국을 꼽고 있다. 다만 센터포워드인 D램과 마찬가지로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단점.

 수비형 중앙 미드필더로는 디지털TV가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TV는 형인 아날로그TV와 함께 축구 가족이다. 아직 기량은 부족하지만 잠재력 측면에서는 타 선수들을 앞지른다. 형보다는 기초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고난도 기술과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수비진=수비수만큼 호흡이 중요한 곳은 없다. 전체 수비의 호흡이 잘 맞아야 상대 공격진을 막을 수 있으며 조그마한 허점은 바로 실점과 연결된다.

 중앙수비수로는 PC가 낙점됐다.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PC는 여전히 국내 IT 베스트 일레븐의 중심이다. 광대역 인터넷, D램 등 최근 각광받는 많은 선수들도 PC의 도움이 없이는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전체를 조율하는 데 있어서는 탁월하다. 최근에는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인 조련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손을 잡기도 했다.

 왼쪽 수비수로는 소리없이 묵묵히 제몫을 하는 광저장장치가 선발됐다. 선수가 너무 수줍은 탓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지만 예상외로 세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앙수비수와 협조하는 협력수비는 최고 수준이며 중앙수비수가 상대편 스트라이커를 놓쳤을 경우 이를 커버하는 역할도 훌륭히 해낸다. 오른쪽 수비수로는 모니터가 나선다. 실력면에서는 PC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점차 노쇠화하고 있다는 점이 PC와 마찬가지 고민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른쪽 윙백인 LCD의 도움으로 재도약을 예고,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LCD와 서로 협력할 경우 전세계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골문은 생활가전 선수가 맡는다. 최연장 선수이기도 한 생활가전은 한국의 IT를 전세계에 처음 알려온 주역으로 국내 IT산업의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하다. 경기부침에 크게 관계없이 꾸준히 제몫을 해내 듬직한 맡형이라는 평가다. 해외 IT팬 중에서는 한국 하면 아직도 생활가전 선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촌동생인 디지털TV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