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 협상이 일단락된 가운데 매각 대금으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처리를 놓고 채권단과 하이닉스간, 그리고 주주간의 이해 조정이 협상 타결의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채권단은 일단 마이크론의 주식 전부를 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하이닉스는 매각후 남는 법인(잔존 법인)의 자생력을 위해 일부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또 하이닉스의 주장에 대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투자 가치 감소를 우려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협상의 최종 타결까지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박종섭 사장은 14일 서울 영동 사옥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잔존 법인의 적정 부채는 5억달러(6500억원) 정도”라면서 “남는 부채를 잔존 법인에 모두 떠넘기면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어려우며 소액주주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면서 채권단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나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공적자금의 회수 문제가 걸려 있어 마이크론 주식의 재투자나 잔존 법인의 부채 탕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이근영 위원장은 이날 “하이닉스의 매각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으나 아직 타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번 협상에 대한 채권단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줬다.
반면 또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요청은 어느 정도 각오했던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박종섭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김경림 행장을 방문해 마이크론과의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채권단의 협조를 요청했다.
외환은행의 관계자는 “박 사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마이크론 제안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수용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14억여주를 가진 하이닉스 주주들은 이날 하이닉스 주식만 떨어지자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어차피 소액주주들은 잔존 법인인 하이닉스 주식을 갖게 돼 피해만 보는 게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