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메모리 사업 인수가 확실시되면서 비메모리 전문업체로 전환하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자생력 문제가 양사 협상은 물론 국내 반도체산업과 금융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나=‘시스템IC 및 파운드리 전문업체’ 메모리 주요 설비를 판 뒤 남게 되는 하이닉스의 모습이다.
일단 당분간은 마이크론에 넘긴 메모리·비메모리 혼용라인과 남은 혼용라인을 통해 D램 파운드리서비스를 마이크론에 제공하겠지만 순차적으로 D램 관련 사업은 모두 손을 뗀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남는 것은 마이크로컨트롤러·LCD구동IC·CMOS이미지센서 등 시스템IC와 비메모리 파운드리.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14일 “감가상각비를 회수한 노후 팹을 전환해 파운드리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다”면서 “TSMC·UMC 등과 달리 틈새 파운드리 시장을 노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실제 하이닉스는 지난해만도 비메모리 파운드리서비스를 통해 3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125·150㎜ 노후 D램 팹을 전환해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비즈니스모델을 최근 대만 언론에서도 경쟁력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200㎜ 웨이퍼를 월 3만장 가공할 수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지으려면 20억달러 정도가 투입되지만 하이닉스는 노후 팹에 5억∼6억달러만 투입해도 같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노하우가 있다는 평가다.
◇낙관은 아직 금물=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즈니스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비메모리사업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1, 2위의 독과점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비메모리사업이 6억달러에 머무는 하이닉스로서는 이를 추월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시스템사업이 없는 하이닉스로서는 표준을 주도할 핵심기술과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섭 사장의 말대로 마이크론이 비메모리 잔존법인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표해 출자를 결심했고 지적재산(IP) 등을 함께 공유하기로 한 만큼 채권단의 부채탕감과 추가 투자만 확보된다면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개발 등을 통해 비메모리 전문업체로서의 하이닉스 재출범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역시 부채처리=박종섭 사장은 “잔존 법인(Remaining Company)을 정상 운영하려면 부채가 5억달러 미만으로 줄어야 한다”면서 “채권단이 잔존 법인의 부채탕감과 추가 투자 등에 대안을 내놓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유진공장을 제외하곤 부채를 가져가지 않을 방침이어서 잔존 법인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마이크론으로부터 받는 주식 전액을 부채 상환한다 해도 최소 2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이닉스는 이 부채 가운데 2조원 안팎의 금융권 부채 상당액을 탕감해줘야 잔존 법인이 독자생존할 수 있으며 주주들의 투자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채권단이 마이크론으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을 채권회수에만 활용하지 않고 일부를 잔존 법인에 재투자하거나 부채 상당액을 탕감해야 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잔존 법인에 대한 비전을 나오지 못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채권단의 움직임에 대응해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행사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마이크론-하이닉스-채권단 매각대금 지급내용
하이닉스 부채규모:총 11조6000억원(2001년 12월말 기준)
채권단 출자전환후 남는 부채규모:6조7000억원(2002년 3월 예상)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에 메모리 라인 매각대금으로 지불하기로 한 돈:40억달러 정도
유진공장 부채를 마이크론이 떠안은 후 지급되는 주식금액:30억달러
마이크론 주식으로 채권단 부채 환원후 남는 부채:3조원 미만
잔존법인 적정 부채: 5억달러(6500억원)
하이닉스 부채탕감 희망규모: 2조∼3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