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한국 문화상품 축제의 장으로….’
월드컵은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수십억의 시선이 자그만 축구공 하나의 움직임에 고정돼 환호하고 열광하는 순간이 한달 이상 펼쳐진다. 따라서 개최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월드컵 경기장과 한국에 집중된 전세계인의 이목을 활용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상당수 문화상품들이 세계 각국의 정서차이 때문에 수출장벽을 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할 때, 월드컵이라는 세계 공통의 이슈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이제 2002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있는 문화콘텐츠 업체들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월드컵을 이용한 문화 콘텐츠 및 마케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은 단연 게임 분야.
특히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국내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는 이른바 월드컵 마케팅 전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아담소프트(대표 박종만)와 윈텍스포트(김학웅)가 공동 개발한 ‘사이버컵(http://www.cybercup.com)’을 비롯해 시노조익의 ‘제로컵(http://www.zerocup.com)’, 드림볼의 ‘드림사커(http://www.vworldcup.com)’ 등 그동안 보기드물던 축구 소재의 대작 온라인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돼 현란한 그래픽과 실감나는 액션을 과시하며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들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등 월드컵 붐을 이용한 각종 마케팅에도 주력할 방침이어서 우리 문화상품의 해외수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선인터넷에도 월드컵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무선인터넷게임인 ‘VIVA축구2002’는 일평균 1500여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ENG슈퍼사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월드컵과 국내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 등을 모델로 제작된 이들 게임은 특히 이동전화 단말기 버튼만으로 패스·태클·드리블·슈팅·드로인 등 다양한 축구기술을 구사할 수 있어 이른바 엄지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즐기는 모티즌 ‘엄지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밖에도 무선인터넷 시장에는 ‘뻔뻔축구’ ‘전투축구’ 등 축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축구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월드컵 특수에 기대를 거는 쪽은 최근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업체들. 이들은 월드컵이 시장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월드컵을 접목한 게임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아케이드게임업체인 삼원하이트(대표 이경희)는 기존 펀치게임기를 축구 소재로 변형시킨 ‘바이짱(손발용)’과 ‘슛팅파워’ 등을 출시했으며 컴스포렉스(대표 이효철)는 체감형 슈팅 게임기인 ‘슈팅머신’을 내놓았다. 또 투완(대표 현상수)은 축구경기의 승부차기를 응용한 경품게임기 ‘2002 월드사커’를 내놓았고 코암소프트(대표 김해식)는 구슬게임을 응용한 축구게임기 ‘골든볼’을 출시하는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린 활발한 몸짓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명가엔지니어링(대표 조영배)은 축구 소재 아케이드 게임 ‘파워킥’을 개발, 중국에 수출하는 등 월드컵 특수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줘 게임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 분야도 월드컵 준비에 분주하다.
KBS미디어(대표 이흥주), 드림키드넷(대표 장한성), 손오공(대표 최신규) 등 3사는 최근 한·일 양국 청소년들의 그라운드 대결을 그린 축구 소재 애니메이션 ‘우정의 그라운드’를 발표했다.
오는 21일부터 6개월간 KBS 2TV를 통해 방영되는 이 작품은 NHK를 통해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서도 방영될 예정이어서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02 한·일 월드컵 붐 조성의 선봉에 나설 전망이다.
2년간 총제작비 36억원이 투여된 ‘우정의 그라운드’는 일본의 81스튜디오와 국내의 드림키드넷이 시나리오·콘티작업을 공동 진행하는 등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치밀한 사전준비 하에 기획된 작품. 특히 축구 애니메이션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그라운드 배경은 3D로 제작하는 등 2D와 3D 그래픽의 합성기술을 통해 생동감있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어 2002월드컵을 앞두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음반 분야에서는 소니뮤직에서 추진하는 ‘한일 로컬 월드컵송’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R&B 가수 박정현과 남성 듀오 브라운아이즈가, 일본에서는 여가수 소웨루와 남성듀오 케미스트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한일 월드컵송’이 한국어, 일본어, 한일 양국어 혼합 등 세 버전으로 다음달 출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도 엑스포디자인연구소(대표 정석원) 등의 캐릭터업체들도 월드컵을 소재로 한 캐릭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마이크로로봇(대표 김경근) 등은 지능형 축구 로봇을 개발, 또 하나의 월드컵인 축구로봇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윈텍소프트의 김학웅 사장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게임·애니메이션 등 각종 문화상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월드컵 붐 조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