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60억 지구인을 향해 쏘아 올리는 축구공의 제전임과 동시에 세계 첨단 정보기술(IT)의 향연장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최되는 이번 17회 월드컵대회도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 IT기술을 세계 각국 방문객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 실연해 보일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TV를 통해 전 경기를 지켜볼 지구촌 사람들에게 ‘IT강국 코리아’를 각인시킬 수 있는 황금찬스다.
현대 축구가 힘을 앞세운 공격축구이기보다는 기교와 기술을 앞세운 ‘테크닉축구’라는 점도 월드컵과 IT기술경연의 연계성을 보여준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숨가쁜 발놀림, 역동적인 얼굴표정도 IT기술이 있어 스탠드의 관중에게, TV앞의 시청자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경기장에서부터 수억만리 떨어진 남아메리카의 외딴섬에서 축구공의 움직임에 환호하고 동토의 시베리아 촌락에서 눈덮인 지붕위로 안테나를 달아 시차없이 경기에 열광할 수 있는 것도 위성과 방송이라는 IT기술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연인원 200억명이 월드컵대회기간 중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한다고 하니 광고노출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에 결합된 수천가지 IT기술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그들이 받을 IT기술에 대한 감동 또한 엄청난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월드컵 개최국의 자부심을 갖고 최근 급성장한 IT기술력과 이 분야 주요 제품들의 장점을 수백만명의 한국 방문객에게 보다 피부적으로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우선 지난달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처럼 한국이 가진 절대적 기술우위의 상품을 가감없이 소개하고, 이들 방문객이 축구경기 외적으로 이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인다는 말이 있듯, 중국시장은 이제 한국 IT산업에 있어 희망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다.
이들 중국인이 월드컵에 맞춰 한국시장을 찾아 직접 우리 IT기술을 누린다는 것은 중국 현지시장에서 쏟을 불과 몇십분의 1의 노력과 투자로서 몇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함께 최근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동기식 차세대 이동전화 cdma2000 1x EVDO 서비스도 이동전화와 관련한 세계 기술흐름을 선도할 한국의 대표 IT기술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격전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이동전화서비스시장에서 월드컵이라는 큰 안방마당을 이용해 선도적으로 차세대 서비스 상용화 사례를 선보이고 기술진척도를 완성된 형태로 내보인다면, 다른 경쟁국가 사업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큰 원동력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같은 CDMA서비스부문의 기술강점은 그대로 단말기부문에도 적용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이미 세계 CDMA단말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함께 최근들어 현대큐리텔·팬택·세원텔레콤 등 중견 후발업체들도 CDMA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에서 커다란 실적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는 한국 CDMA단말기의 생산 기술 및 서비스 구현기술이 이미 세계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특히 중국 CDMA서비스가 개시되면서 이번 월드컵은 한국 CDMA단말기 생산업체들에 ‘IT부문 한류열풍’의 결실을 따낼 절호의 기회로 꼽히고 있다.
이번 월드컵대회는 이미 세계 IT산업의 화젯거리가 됐고 지금도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상용기술과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전파하기에 앞서 치르는 ‘ADSL 수출 탐색전’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ADSL 보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공동개최국이자 한국의 ADSL상용화기술 도입 및 현지 적용을 가장 목마르게 바라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또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중화권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모델을 배우려 하고 있으며, 이미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는 한국의 KT·하나로통신 등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ADSL 세계시장 확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의 대대적인 월드컵 참여는 이들 국가 통신사업자들이 한국의 ADSL산업을 정확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밖에도 방송 및 AV 부문 국산기술도 월드컵을 발판으로 세계무대 등극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미 당당히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P3를 비롯해 월드컵경기 중계를 통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디지털방송 및 위송방송 기술 등도 세계인들로부터 기술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HD방송이 월드컵 중계바람을 타고 보편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방송시장으로의 기술수출도 타진하게 될 전망이다. 월드컵이라는 매머드급 행사를 통해 원활한 방송과 차질없는 중계가 이뤄진다면 세계시장를 향해 그보다 좋은 기술프레젠테이션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내수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고선명(HD)TV와 PDP TV의 해외수출도 월드컵을 거쳐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술은 이미 실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인간사 전반을 관장하는 보편기술로 자리잡았다. 월드컵이라는 인류축제도 IT기술이라는 바탕이 없다면 1분 1초도 진행될 수 없는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변화발전하는 세계 IT기술이 푸른 축구그라운드뿐만 아니라 산업공간·거리·전시장 곳곳에서 서로의 우수성을 뽐낼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눈은 냉정하고 사람들의 구매욕구는 비정하리만치 차갑다. 그러한 기술경쟁에서 살아남고 결국 세계 1등 기술에 오른다는 것은 16강·8강·4강을 거쳐 결국 줄리메컵을 거머쥘 월드컵 우승국의 행보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오는 5월 31일 킥오프와 함께 펼쳐질 세계 IT기술대전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