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공식후원업체들의 움직임이 숨가빠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세계적인 장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개최된 프랑스월드컵은 월드컵이 브랜드전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프랑스는 월드컵 개최를 통해 각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게 성장해 기업의 주식가치가 월드컵 개최년에만 약 두배 상승한 바 있다.
월드컵은 일반적으로 올림픽보다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러 종목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올림픽보다는 축구라는 단일종목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기업이 펼치는 마케팅도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고 세계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월드컵이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월드컵마케팅은 축구라는 범세계적인 스포츠를 통해 보다 손쉽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비상업적인 상황에서 목표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후원이라는 독점권을 이용해 경쟁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무서운 힘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2002 월드컵을 앞둔 후원업체들은 글로벌브랜드 도약을 목표로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는가 하면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발 다가서는 계기를 만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십억원대의 후원금을 내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식공급업체와 로컬 서플라이어로 선정된 국내 굴지의 업체들은 서둘러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원업체는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점권과 티켓 선점권이 최대 매력 포인트. 국내 후원사들은 투자금 이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마케팅에 돌입했으며 월드컵을 통해 동종업계서 경쟁업체를 제치고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각오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02 월드컵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지정돼 전세계에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KT가 있다. 현대해상·국민은행·포스코·대한항공 등은 국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로컬서플라이어로 지정돼 있다.
공식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와 KT의 월드컵 준비는 남다르다. 이들 기업은 이번 월드컵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각종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만큼 월드컵을 기다려온 기업도 없다. 공식 후원사로 지정돼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월드컵을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로 보고 전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행사와 판촉전에 들어갔다.
KT는 월드컵을 통해 기업 이미지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주요 도시 상공에 무인 비행선을 띄우고 경기장 주변에는 홍보탑 등을 설치하는 등 외국인의 눈길끌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KT는 수많은 외국인이 찾고, 지구촌 곳곳에서 통신·인터넷으로 접속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첨단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세계시장에서 회사 이미지를 높여보자는 전략이다.
월드컵이 범세계적인 행사다보니 후원업체에 있어서도 글로벌기업의 입김이 센 것이 사실이다. 이들 업체는 상당수가 몇회째 연속으로 월드컵을 후원하는 등 월드컵마케팅에 있어서도 노련미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2002월드컵은 한국시장을 노리는 외국계 IT업체들에 한국시장 공략의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공식 후원업체 가운데 외국계 IT기업은 어바이어·JVC·필립스·도시바·야후·후지제록스 등이다. 이들은 월드컵을 브랜드 이미지 및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지난해부터 공격적 광고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오며 자연스럽게 국내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업체는 시장점유율도 중요하지만 1차 목표는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으로서 보다 친근하며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시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공식 후원업체에 주어지는 월드컵 공식 엠블렘과 마크 사용권, 우대좌
석 티켓 구입권 등을 적극 이용해 사활을 건 ‘마케팅전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도시바는 월드컵을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기점으로 보고 대대적인 한국공략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JVC코리아는 월드컵 때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최첨단 대형 멀티화면을 선보여 JVC의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조명·소형가전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필립스는 국내 월드컵 경기장 10곳 중 7곳의 조명시공을 맡은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한국후지제록스는 흑백 및 컬러프린터 등 각종 첨단사무기기 567대와 100여명의 정예 기술요원을 투입해 생생한 대회 기록을 세계에 전달하며 어바이어는 월드컵의 효율적 운영지원을 위해 네트워크 장비 ‘케이준’과 기업용 솔루션 ‘이클립스’등을 제공한다.
야후는 본사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 야후코리아가 함께 제공하는 공식사이트 피파월드컵닷컴과 야후코리아의 자체 서비스인 ‘야후! 월드컵 특집’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다양한 수익구조 확충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공식후원업체 외에도 틈새를 노리는 업체들도 있다. 이들 업체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월드컵로고와 상징물을 사용하는 마케팅을 전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재산권에 위배되지 않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네띠앙은 월드컵 관련 홈페이지 제작 및 우수 홈페이지 경진대회, 월드컵 모델 선발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코리아닷컴은 이달초 문을 연 외국어 채널을 통해 관광·무역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월드컵의 탄생배경은 지난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덴마크·프랑스·네덜란드 등 7개국이 파리에서 FA회의를 통해 FIFA를 창설, 이곳에서 월드컵이 구상됐다.
1920년 FIFA가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계획을 발표했고 10년 뒤 첫 월드컵대회가 우루과이에서 개최됐으며 이후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16회 대회를 치렀다.
처음 13개국만이 참가한 우루과이대회에서는 총 43만4500명이 운동장을 찾았지만 지난 미국 월드컵은 24개국이 참가, 본선 경기에서만 모두 358만명이 관람해 세계 최대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또 70년 멕시코대회부터는 기술의 발달로 TV 위성중계가 가능해짐으로써 40억 전세계인이 동시에 경기를 시청,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처음부터 흑자대회로 자리잡은 월드컵은 78년 아르헨티나대회 이후에는 대회마다 수입이 평균 54%씩 증가했다. 94년 미국 월드컵서는 관광객과 고용창출, 광고효과 등으로 40억달러(약 3조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치러지는 2002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FIFA에 가입한 회원은 202개국이다. 월드컵대회는 올림픽대회와는 달리 지방도시에서 분산 개최되기 때문에 경기장 및 숙박시설을 위한 투자와 경기장 주변의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으로 지역 내 생산과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또 400억 전세계 TV시청자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와 고유한 관광자원을 널리 홍보함으로써 문화·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간 문화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세계 문화와 우리 문화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같은 월드컵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모두 정리하면 생산유발효과 7조996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조7169억원, 고용창출효과 24만5338명이다.
◆유사 월드컵마케팅 주의
월드컵 공식 후원 및 공급업체가 아닌 기업들은 붉은악마, 월드컵을 암시하는 광고문안, 인터넷 월드컵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마치 월드컵 공식 후원 및 공급업체인 듯 유사 월드컵마케팅을 펼칠 수 없다.
현재 월드컵 상징물이나 용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공식 후원업체는 현대자동차·KT 등 두 곳의 국내기업을 비롯해 15개 기업이며 국내 공식 공급업체는 국민은행·현대해상·포항제철·대한항공·롯데백화점 등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는 마스코트·트로피디자인·월드컵마크 등 유형의 상징물외에 월드컵대회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일체의 마케팅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된다.
아울러 FIFA의 승인없이 월드컵 로고나 월드컵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한 제품도 지적재산권 침해로 규정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