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사업부 매각은 구조조정의 가속화,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하이닉스의 주식가치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연휴 후 첫 개장일 주식시장은 ‘하이닉스 효과’를 통해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가 제거됐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전체의 상승모멘텀이 됐다고 풀이했다. 그동안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결합은 반도체시장에서 수급조절을 통해 D램시장 조기회복의 신호처럼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타결 임박소식은 반도체업계 전체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하이닉스는 장초반 9.9%까지 오르며 급등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세로 전환돼 결국 6.32% 하락한 2370원으로 마감됐다. 먼저 하이닉스가 메모리사업부문을 매각할 경우 남는 사업은 비메모리와 S램반도체 부문밖에 없어 현재 주가에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채권단이 보유중인 전환사채 3조1000억원대의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물량부담이 우려되는 부분도 이날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부문을 팔고난 후 비메모리부문만으로 현재 하이닉스 주가가 적정하다고 설명하긴 어렵다”며 “채무 재조정, 주식매수청구권 등 풀어야 할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주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하이닉스의 비메모리(주로 시스템 LSI)의 연간매출액은 1조원 정도로서 이를 현 발행주식 수와 전환사채발행물량(잠정적으로 10억주)을 감안한 주당가치는 1000원 정도”라며 “비메모리사업부는 적자를 기록중이며 미세공정기술의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가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해 차입금이 없는 회사가 되더라도 주가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매각가격으로 거론되고 있는 40억달러는 예상됐던 가격의 최소금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40억달러는 마이크론이 도시바공장을 인수한 금액과 비슷한 규모로 그당시 최저치에 있던 D램 가격과 현재의 D램 가격만을 비교하더라도 좋은 가격은 아니다“며 “D램 가격이 1달러 중반에 거래되던 시점에서 거론되던 40억달러의 매각가격은 현재 D램가격이 4달러를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싼 가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각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하이닉스 주가에 불확실한 우발변수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잔존법인에 대한 채무를 재조정하는 과정과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 여부 등 다양한 문제들의 처리과정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하이닉스가 발표되는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주가움직임을 이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