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콘텐츠 업계에 ‘원소스 멀티유즈’ 붐이 일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말이 빠지면 무언가 중요한 핵심이 없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만큼 ‘원소스 멀티유즈’는 문화콘텐츠업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기본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상품이 히트하고 나면 그 다음에 관련 상품이 개발되는 자연발생적인 형태로 존재해 왔다.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이 히트하면 그 다음엔 영화·완구·학용품 등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는 ‘원소스 멀티유즈’는 월트 디즈니를 필두로 미국과 일본 등 문화 콘텐츠 선진국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확산돼 왔다.
지난해 극장가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연속매진을 기록하며 초특급 베스트셀러의 명성을 영화의 성공으로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약 1억2000만부가 팔린 원작은 영화와 게임 그리고 각종 캐릭터로 만들어져 세계인들을 마법에 걸리게 했고 ‘원소스 멀티유즈’ 를 통한 총 수익금이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작품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이 가세하면서 지난 연말과 연초는 ‘원소스 멀티유즈’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악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잘 만든 문화콘텐츠 상품 하나가 전세계적인 ‘유행’과 ‘이슈’를 낳으면서 그 가치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나 ‘반지의 제왕’은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이러한 형태의 ‘원소스 멀티유즈’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몇년 전만 해도 애니메이션업체는 애니메이션만 개발했고 게임업체는 게임만, 캐릭터 업체는 캐릭터만 잘 만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를 염두에 두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게임 등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의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에서 한단계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탑 블레이드’는 기획 단계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를 지향한 상품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완구업체인 ‘손오공’은 팽이를 개발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병행한다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수립했다. 손오공은 단순히 국내 시장을 겨냥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총 투자비 6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안했고 한·일 완구업체와 방송사가 공동 참여하는 글로벌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초 일본에서 ‘베이 블레이드’라는 제목으로 먼저 개봉된 애니메에션은 큰 성공을 거뒀고 동시에 발매된 팽이 역시 1000만개 넘게 판매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탑 블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팽이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여기에 최근에는 ‘탑 블레이드’를 PC게임으로 개발,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들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애니메이션 업체뿐 아니라 게임·완구·캐릭터업체 등 문화콘텐츠업체들이 너도나도 ‘원소스 멀티유즈’를 표방하며 상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이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기획과 시장조사 그리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 개발 등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먹혀들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정확한 타깃을 정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은 원시적인 형태에 머물러 왔다.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가 성공하면 그 인기에 편승해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반짝 인기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이와 반대로 기획단계에서 무조건 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완구 등을 함께 개발해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우수한 전문 마케터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원소스 멀티유즈’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 업체가 모든 것을 기획하려 해서는 안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방송·영화 등 문화콘텐츠 관련업체들이 머리를 모아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때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탑 블레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완구와 애니메이션 방송사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기획과 제작 과정에 모두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또 ‘원소스 멀티유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멀티 유즈 원 브랜드(multi use one brand)’전략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멀티유즈 원 브랜드’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또는 소설 등이 같은 브랜드를 갖지만 스토리 전개나 구성 등은 독립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새로운 상품 전략이다.
이른바 미디어 믹스로 불리우는 이 전략은 기존의 “원소스 멀티유즈’가 하나의 오리지널 소스를 성공시킨 후에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여러가지의 오리지널 소스를 동시에 전개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1%도 되지 않는 국내시장에 머물기보다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 개발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