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이젠 문화월드컵-반만년 한민족 `문화축제`로

‘한류(韓流) 열풍은 이제부터’.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불고있는 우리 문화 열풍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갈 태세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세계 각국에 제대로 알려보자는 움직임이 전국민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것.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해 각국의 문화국경이 일시에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문화강대국이 곧 경제대국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흐름을 이번 기회에 십분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경기인데다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우리문화와 문화산업의 면모를 대내외에 한껏 뽐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문화한국, 문화월드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문화관광부를 주축으로 지난해부터 유럽·중국 등 전세계를 순회하며 우리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본선 진출국에는 우리 문화사절단을 파견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2002년 월드컵 이미지를 담은 ‘월드컵 성공기원 패션쇼’도 준비중이다. 중국 및 베트남과는 각각 국교 수교 10주년과 40주년을 기념해 우수 예술단 순회 공연을 실시할 예정이며 ‘공동경비구역 JSA’ ‘선물’ 등 경쟁력 있는 우리영화 10여편을 선정, 본선 진출국에 방영한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D-100일을 시작으로 각 시도 지자체 및 지역 문화단체와 함께 수백여종의 문화행사를 개최,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전야제·개막식 행사 등 공식 행사는 이미 최종 기획안이 완료돼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고 정부는 중앙단위 문화행사에 84억원, 각 지역별 문화행사에 104억원 등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단위 행사는 국립중앙극장·예술의전당·서울예술단 등 15개의 중앙문화단체가 주최하는 ‘조선시대 풍속화전’ ‘남산골사랑대축제’, 도이치오퍼 오페라인 ‘휘가로의 결혼’ 등 24개 행사를 준비중이다.

 또 10개 월드컵 개최도시별 문화행사는 각 개최도시의 특화된 이미지를 반영하고 지역의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는 뮤지컬 ‘자갈치’, 연극 ‘장경공주’ ‘남도예술공연’ ‘월드 락 페스티벌’ 등 77개 문화행사를 추진중이다.

 이밖에도 각 개최도시마다 복합문화공간인 ‘월드컵 플라자’를 설치, 각종 문화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형 스크린, 공연무대, 놀이마당, 전시공간, 관광안내소, IT체험관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될 월드컵 플라자에는 경기정보는 물론, 지역의 독특한 문화예술 등을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KBS·MBC·SBS 등 각 방송사들의 준비 움직임도 활발하다.

 월드컵 경기실황을 최첨단 디지털방송 장비로 중계하는 것은 물론, 우리문화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각종 특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 전파를 통해 세계화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맡겠다는 각오다.

 이미 월드컵을 대비해 HDTV와 위성시험방송까지 시작한 방송사들은 고화질 및 디지털 방송용으로 신규 제작한 다큐멘터리와 르포 등을 준비해 우리문화의 화려한 색감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또 IT월드컵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인터넷 생중계도 FIFA조직위로부터 따내 인프라를 재정비중이다. 특히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NTT 역시 인터넷 생중계를 추진하고 있어 전세계 네티즌들은 세계 최초의 월드컵 인터넷 생중계라는 새로운 문화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월드컵은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 문화상품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대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문화산업계의 기대다. 그동안 우리 문화상품이 각 국의 정서차이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월드컵은 이같은 장벽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마케팅의 기회가 충분히 된다는 판단이다.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대중음악 및 연예계는 월드컵 공식음반을 필두로 일본 대중가수들이 참여하는 ‘한일 로컬 월드컵송’ 등을 제작, 우리문화 알리기뿐만 아니라 한일 문화교류의 중개자 역할을 맡기로 했다.

 한국의 IT기술력과 창의성이 결합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게임콘텐츠 분야의 움직임도 남다르다.

 전자신문사와 한국프로게임협회가 공동 개최한 시뮬레이션 축구게임은 문화 월드컵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을 시작으로 cdma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무선인터넷 게임 분야에서는 월드컵을 소재로 신작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과 한국이 만난 공동제작 애니메이션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1일부터 KBS 2TV를 통해 방영에 들어가는 축구 소재 애니메이션 ‘우정의 그라운드’는 일본 NHK에서도 18일부터 동시 방영에 들어간다. 제작사들은 각종 캐릭터 상품들도 함께 제작, 해외 마케팅 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관광산업 분야의 특수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관광상품 개발, 관광 컨설팅, 테마파크 개발·기획 등 관련 분야의 벤처기업들도 ‘문화강국 코리아’의 기치를 드높이기 위해 분주하다.

 반만년의 우리 전통문화가 IT기술을 만나 세계 최고의 문화콘텐츠 상품으로 뻗어나갈 ‘문화 월드컵’의 대장정은 이미 시작됐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