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 유관단체와 업무 중복 `논란`

 범 민간단체들이 참여해 전자상거래(EC) 관련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회장 박용성)’이 관련 단체와 업무 중복 논란이 일며 조직 성격과 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합포럼 사무국이 산자부에 비공식으로 제출한 올 사업계획이 유관 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업무와 중복이 되고 있고 이에 대해 ‘통합포럼의 역할이 선을 넘어섰다’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산자부에서는 사업계획에 대해 수정요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단체에서는 통합포럼이 EC 표준화 조정역할에서 실제 사업집행기관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사업들이 산업부문 네트워크 구축 지원사업(B2B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업종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미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단체와 업무가 중복돼 분명히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 배경=통합포럼 사무국이 최근 산자부에 제출한 올 사업계획에는 ‘EC프로세스 모델링 가이드라인 작성’이나 ‘표준화 DB 및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관련단체의 반발은 지난 6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활동중에서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나 한국전자거래협회, 한국전산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 통합포럼의 업무는 곳곳에서 중복, 진행됐는데 이 사업계획이 받아들여질 경우 사업이 더욱 혼선을 빚는다는 점에서다. 특히 B2B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컨소시엄 소속 민간 기업들은 ‘이곳 저곳으로 불려다니느라 골치아프다’는 볼멘 소리를 토로하고 있어 창구를 단일화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포럼의 역할 어디까지 볼 것인가=‘범민간기구간 EC 표준화 기관’. 통합포럼에 대한 이같은 정의는 참여한 기관 모두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좀 달라진다. 지난해 6월 창립된 통합포럼은 스스로를 ‘한국을 대표하는 EC표준화 기구’로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유관 단체에서는 ‘통합포럼은 협의체로서 한시적 조직인 만큼 국내 EC표준화 유관단체의 사무국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각 3개 기술위원회 소속 관련 단체간 업무 중복 및 영역중첩에 대한 조정기능과 공동사업 기획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의미다.

 산하 단체 한 관계자는 “통합포럼이 사무국 역할에서 나아가 직접 표준화 수행기구로서 발전하고자 하는 것은 예산이 9억3500만원으로(지난해 5억6000만원)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정부부처가 표준화 기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C 표준화 이대로는 안된다=“유관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보일 수 있는 사안이지만 EC 표준화의 중요성이 계속 증대한다고 볼 때 국내 EC표준화 추진이 좀 더 체계적일 필요가 있음을 반영하는 사례다.” 통합포럼 산하 기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즉 부처간 영역다툼 때문에 출발한 통합포럼의 태생적 한계는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업무 중복만이라도 분명히 정리해줄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는 통합포럼이 국내 EC 표준의 대표기관으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측 입장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자부는 통합포럼의 이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산자부 전자상거래총괄과 이창한 과장은 “범민간기구간 협의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통합포럼은 민간 단체들의 EC 활동을 조율하는 사무국 역할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적 근거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부처 산하 기구로 등록해야 함을 뜻하는 데 통합포럼의 출발배경을 볼 때 합리적인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