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위성라디오방송업체인 XM새틀라이트라디오홀딩스의 휴즈 파네로 사장은 최근 XM이 지난해 11월 12일 출범 이래 가입자 3만명을 확보했다고 떠벌렸다. 사실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적어도 가입자가 497만명 정도는 더 확보해야 할 처지다.
전문가들은 XM과 XM의 경쟁사인 뉴욕의 시리어스새틀라이트라디오 역시 모두 손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500만∼600만명이 확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라디오업계 전문소식지인 M스트리트저널의 편집장 톰 테일러는 “현재 라디오산업이 엄청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며 “내년 라디오업계는 지난 90년대 인터넷업계와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성라디오방송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운영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채널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판에 한달 10달러 정도의 가입비로 청취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콜로라도대학 매스미디어연구소 마이클 트레이시 소장은 “유료 매체라면 공짜로는 얻을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며 “트럭 운전기사나 진정한 음악광을 위한 틈새시장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대중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성라디오는 디지털라디오, 자동차용 MP3플레이어, 휴대폰, 도난방지시스템에 길안내서비스까지 제공되는 무선데이터서비스 제너럴모터스의 온스타 같은 새로운 자동차 전용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XM 파네로 사장은 “FM방송 출현 이래 지난 40년 동안 라디오방송 기술에 혁신이라곤 전혀 없었다”며 “케이블TV와 위성TV가 TV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듯 위성라디오도 라디오방송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하나 성공의 관건은 프로그램.
XM과 시리어스는 고르지 못한 수신품질과 제한된 프로그램에 식상한 청취자들이 위성라디오방송으로 귀를 돌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위성라디오방송은 재즈, 컨트리, 클래식, 코미디, 토크쇼 등 100개 채널을 송출할 수 있다. XM과 시리어스는 가입자수 50만∼60만명을 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다. 파네로 사장은 “누가 돈주고 위성라디오를 청취하겠느냐”고 묻지만 “자신있게 말하건대 성공을 확신한다”고 장담했다.
위성라디오 송출기술이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10여년 전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위성기반 라디오 서비스용으로 2.3㎓ 주파수대를 따로 배정했기 때문이다. XM과 시리어스는 2.3㎓ 주파수대 사용 라이선스를 취득, 미 전역에 수십개 고음질 디지털 라디오 채널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XM은 3만5404㎞ 상공에 떠있는 보잉사의 두 위성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데 송출신호는 자동차 계기판 위에 부착된 ‘땅딸보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다. 땅딸보 안테나 하나로 XM 프로그램은 물론 일반 AM, FM방송도 수신할 수 있다. 자동차 계기판에서 떼어내 들고 다닐 수 있는 탈착식 모델도 있다.
XM과 시리어스는 광고없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데다 CD 수준의 고음질, 스타급 뮤지션 독점 인터뷰, 다양한 취향의 프로그램으로 가입자에게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시리어스는 이번달 서비스에 나서면서 자전거경주, 자동차경주, 건강 전문채널을 제공할 예정이다. XM은 힌두어 채널 하나에 15개에 달하는 록음악, 라틴음악 전문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시리어스 조 카포비앙코 콘텐츠담당 수석부사장은 “위성라디오방송이야말로 미국 소비자로서는 귀가 솔깃한 서비스”라며 “버튼 하나만 누르면 100개 라디오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XM과 시리어스는 위성라디오 칩 크기를 줄이고 청취자에게 가입비 선불을 유도하며 웹방송업체나 자동차 제조업체와 라디오 서비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비 절감에 주력해 왔다.
시리어스 조 클레이턴 사장은 “디렉TV의 성공전략에 따라 다양한 지역 생활여건을 반영, 월 이용료 12달러 95센트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성라디오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XM 헤인즈 스터블필드 최고재무책임자는 앞으로 몇달 동안 프로그램 제작과 운영비로 2500만∼5000만달러가 투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XM과 시리어스의 위성라디오서비스는 미국 전역 1만3000개 라디오방송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기존 라디오방송국들은 위성라디오방송이 뜰 경우 많은 청취자를 빼앗길 판이다.
라디오와 TV업계 전문 조사업체인 BIA인터내셔널 마크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방송국은 포맷 다양화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PDA와 휴대폰시대에 기존 라디오는 이제 설 땅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이진수기자 commu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