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라, 월드컵이여.’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00일 앞둔 전자 업계에 월드컵 마케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번 한·일 월드컵에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수십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 FIFA와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맺지 않은 까닭에 내놓고 스폰서 마케팅을 펼치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차별화된 앰부시 마케팅을 도입, 월드컵 이벤트를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는 일종의 기생(패러시틱)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98년 월드컵의 공식 후원업체는 아디다스였다. 그러나 나이키는 경기장 밖에서 대형 나이키용품 전시장을 설치해 수많은 관객을 끌어들임으로써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이처럼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이 마치 스폰서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벤트나 광고를 집행하는 것으로 대회 주최 측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끝나고 실제로 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FIFA와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전자업체도 월드컵이 침체된 국내 경기를 상승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앰부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전업계=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와 JVC코리아·소니코리아·올림푸스한국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가전업체가 월드컵 특수잡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한일 가전업체들은 올해 월드컵을 전후해 본격 형성되는 디지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일 국가대표간 축구경기만큼이나 뜨거운 마케팅전을 경기장 밖에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일 월드컵은 고선명 디지털TV로 보는 최초의 월드컵 경기인 만큼 디지털TV를 비롯해 디지털캠코더·DVD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제품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는 경품을 내건 다양한 월드컵 관련 마케팅 행사를 벌이고 매장 내 디지털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는 한편 인테리어를 월드컵 분위기로 꾸미기로 하는 등 월드컵 특수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축구’에 초점을 둔 월드컵 글로벌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1월 20일부터 4월 7일까지 일본에서 ‘LG컵 풋살 페스타 2002’ 경기를 열어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축구열기를 스포츠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일본인에게 LG브랜드의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줄 계획이다.
LG전자가 이처럼 축구 중심으로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국민이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데 착안, 축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LG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된 느낌으로 탈바꿈하기 위함이다.
LG전자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월드컵 마케팅을 적극 펼치기로 했다. 우선 대리점 매장 내 인테리어를 축구공 모양으로 꾸며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판촉행사 때 축구공을 사은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가 본선 16강 진출시 상금을 건 보험 판촉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경기장 부근에 대형 TV와 무대를 설치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대형 화면으로 비춰줌으로써 경기장 밖의 응원전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월드컵을 겨냥해 디지털TV·DVD플레이어 등 디지털가전 등 주요 품목별로 본격적인 판촉 안을 마련, 3월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특히 이번달 졸업·입학·결혼 시즌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벌이는 대대적인 고객사은행사인 ‘파워 스타트 대축제’에 이어서 곧바로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전개,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뜨거워지는 월드컵 열기를 매출 확대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 가전업계도 이번 월드컵 경기를 계기로 수세에서 공세로 한국 마케팅 전략을 전환했다.
작년까지 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력·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시장탐색에 치중했던 일본 가전업계는 한일 월드컵을 일본제품이 한국시장에 정착하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JVC코리아·올림푸스한국 등은 본격적인 TV광고에 돌입하는 등 국내시장을 겨냥해 마케팅력을 집중함으로써 국내 가전업체와 일본 업체간 월드컵 마케팅전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한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JVC코리아는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디지털 가전분야의 선두주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최근 TV CF를 제작, 방영에 돌입했다.
JVC코리아는 또한 지난달 월드컵을 겨냥해 HD급 32인치 등 디지털TV 4개 모델을 선보였으며 지난 5일부터는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입구에서 ‘월드컵 파이팅 팬메시지’를 자사 캠코더로 촬영해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소니코리아도 그동안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벗어 던졌다. 소니코리아는 우선 월드컵과 관련해 시장성장이 예상되는 대형TV시장을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고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TV 시장을 공략한다.
이밖에 올림푸스한국과 일본 도시바가 설립한 한국법인 도시바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코리아도 월드컵 특수로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디지털 카메라와 대형TV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컴퓨터업계=컴퓨터업계는 이번 한일 월드컵이 컴퓨터업계의 비수기인 6월에 개최되는 만큼 이를 활용해 시장 수요를 되살리고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월드컵 기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곳으로 개인휴대단말기(PDA)업계를 꼽을 수 있다.
SK텔레콤·KTF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KT 등이 월드컵 기간에 맞춰 cdma2000 1x, 무선랜 등 다양한 무선통신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함에 따라 이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PDA를 제때 출시하기 위해 철야작업을 진행하는 등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기간동안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일부 지자체, 벤처기업들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정보 제공이나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PDA 대여 서비스를 추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한국 무선PDA의 기술력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DA 솔루션 업체의 경우 무선PDA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한창이다.
PC업계나 모니터업계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월드컵 프로모션 계획을 마련해놓지 않았지만 월드컵 특수를 겨냥, 5월 가정의 달 행사부터 월드컵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모니터사업부의 경우 월드컵 기간동안 해외 우수 딜러를 초청, 월드컵 경기관람과 관광을 묶은 딜러초청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며 LG전자 모니터사업부는 행사 기간동안 해외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한편 국내 고객에게도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지난해 한국이 8강에 진출할 경우 LCD모니터를 증정하는 월드컵 마케팅을 선보인 삼보컴퓨터는 가정의 달 행사에 월드컵 프로모션 행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일부 업체들은 월드컵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했는데 비티씨정보통신의 경우 월드컵 기간동안 차 안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고 차량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LCD모니터를 선보였다.
◇정보통신업계=SK텔레콤·KTF·KT파워텔·데이콤·하나로통신 등 정보통신 업체도 월드컵 관련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은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아닌 관계로 제약은 따르지만 지난해부터 축구국가대표 응원단인 ‘붉은악마’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 후원행사를 진행하며 월드컵 붐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4000만이 붉은악마로 함께 뛰자’는 슬로건에서부터 ‘다함께 월드컵경기 관람하기’ 등 국민 참여형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월드컵 분위기 조성 및 공익성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월드컵 공식후원사 KT그룹의 일원인 이동전화사업자 KTF와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자 KT파워텔은 KT 전체차원에서 가동되는 월드컵 대책반에 참여해 제각기 역할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중이다.
KTF는 월드컵 관련 포털사이트인 코리아팀파이팅닷컴을 자체 운영하며 월드컵 온라인 마케팅의 새 장을 열고 있다. 또 KT파워텔은 공식경기 운영 및 경호, 안전인력 활동을 위한 통신서비스로 자사 파워텔폰서비스를 지원해 자사 서비스의 활용성을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데이콤·하나로통신·두루넷 등 대형통신사업자들은 월드컵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월드컵 행사 기간동안 시내 주요시설과 호텔, 외국인 밀집지역에서의 무선랜·초고속인터넷서비스 등에 따른 홍보마케팅을 적극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음성데이터통합(VoIP)사업자도 제각기 실정에 맞게 월드컵 및 한국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시범서비스와 공익성 무료 국제전화서비스 등을 제공해 자사 이미지 제고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밖에 별정통신 국제전화사업자, 국제전화 선불카드사업자도 월드컵 특수를 노려 마케팅 활동 전략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월드컵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