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협회 허가 놓고 전자진흥회 `신경전`

 50여개 회원사를 주축으로 지난해 발족한 한국커넥터산업협회(가칭)의 허가과정에서 협회측과 전자산업진흥회가 밥그릇 싸움 성격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커넥터업계는 전체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커넥터산업 분야에 정책·기술·마케팅 관련업무를 주관할 추진체가 없다는 인식을 공유, 지난해 말 정진택 한국몰렉스 사장을 초대 회장으로 한국단자·우영·AMP 등 국내 주요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협회를 발족했다. 본지 2001년 11월 9일, 12월 13일자 참조

 이에 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구자홍)는 1월 16일 10여개 커넥터업체들을 불러모아 커넥터산업 육성방안과 지원방안, 애로사항 등을 묻는 회의를 개최해 뒤늦은 구애에 나서는 등 맞불을 놓아 협회측이 불편해 하고 있다.

 진흥회 이철훈 과장은 “진흥회 부품산업협의회가 지금까지 커넥터 분과의 업무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추진체가 없다는 협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까지 커넥터 부품의 전자상거래 지원, 해외전시회 지원, 표준화 사업 등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커넥터 관련 부분품에 부과되는 8%의 관세를 4%로 낮추는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하나의 산업 분야에 두개의 협회가 생기면 업무가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세트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진흥회 부품산업협의회에 커넥터 분과를 만들어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며 “지금까지 업체들의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미미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흥회측은 또 협회가 별도의 사무조직을 갖지 않고 외국계 리서치 회사인 플렉코리아(대표 박용규)를 사무국으로 둔 점과 처음에는 기술 쪽에 업무가 치중되는 모양세를 취했다가 마케팅·정책 등 전반에 걸쳐 범위를 넓히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협회측은 “지금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진흥회가 커넥터협회의 출범에 따라 이권이 줄어들 것을 우려, 뒤늦게 훼방을 놓고 있다”며 “커넥터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협회가 출범하는 것이고 진흥회와의 중복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무국인 플렉코리아 주은주 과장은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의 허가를 위한 미팅에서도 확실한 사업계획이 있고 차별화된 목표가 있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허가절차를 거쳐 법인등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커넥터업체의 Y상무(43)는 “진흥회측이 정부지원금 등 이권 때문에 협회의 출범을 방해하고 있으며 RF조합 출범시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다”며 “산업자원부 산하에 산업분야별 협회가 반도체협회와 자동판매기협회 두개뿐이라는 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협회의 출범을 위한 허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자원부 최형기 사무관은 “협회의 허가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며 “협회가 독자적으로 기반을 갖출 수 있는지와 진흥회와의 융화·발전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판단한 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