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안싸움이 시작됐나.
15억달러의 설비투자 지원금, 주식매각 제한 등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인수를 겨냥해 내건 조건들이 하나둘 흘러나오면서 채권단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간 ‘여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논란은 매각조건 및 마이크론에 대한 비판적 성격이 강하고 D램 고정거래가격 인상 소식과 맞물려 하이닉스 독자생존론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하이닉스-마이크론의 ‘벼랑 끝 타결’이 국내에서 재현되는 듯한 모습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문제는 이같은 돌출변수가 하이닉스 채권단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일부 금융권의 논리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이해와 일치,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근영 금감위원장,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조차 ‘매각 신중론’에 기우는 듯한 언급을 계속, 마이크론 압박작전인지 아니면 실제로 정부의 의중을 실은 것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일단 하이닉스와 채권단내 주거래은행들은 매각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대세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이번주로 예정된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워낙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담보 등 안전장치를 갖춰 하이닉스 매각대금의 상당부분을 거둬들일 수 있는 대형은행들과는 달리 충분한 대손충당금조차 확보하지 못한 일부 제2금융권등은 ‘닭 쫓던 개 지붕 처다보는 격’이 될지도 몰라 더욱 절박하다.
이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처리라는 큰 가닥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이 너무 많아 마이크론보다는 채권단 내부의 교통정리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늘 따라다녔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일단락된 순간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래저래 채권단 전체회의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