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독자생존 다시 고개

 마이크론의 제안내용을 두고 하이닉스와 채권단, 주주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협상이 성사될 경우 주식병합 등의 감자 가능성으로 금전상의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주주들은 독자생존 강구 요구와 함께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거세지는 독자생존론=지난달 말 하이닉스 구조특위 위원장인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D램 가격이 오른다면 독자생존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장관은 128Mb SD램의 가격이 3.5달러가 되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며 4∼5달러가 되면 자력갱생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크레디리요네증권(CLSA)도 협상이 결렬돼도 D램 시장에 악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마이크론과의 5차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은 귀국 직후 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이 협상 가능한 매각금액을 제시했고 산업환경의 추세를 볼 때 D램 가격 인상에 따른 독자생존을 거론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신규자금 지원 요구, 후순위채 인수 요구, 주식매각 제한조건, 감자 불가피성 등 새로운 복병이 등장하면서 채권단, 주주, 하이닉스 종업원 사이에서 협상 백지화 및 독자생존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채권단이 마이크론의 제안에 반기를 들고 나오자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16일 오전 열린 경제 5단체간 정례협의회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상이 실패하면 하이닉스는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독자생존할 수도 있다”고 밝혀 하이닉스 독자생존 강능론을 재차 확인했다.

 또 16일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한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하이닉스 헐값매각을 반대하며 정부와 채권단은 독자생존을 즉각 강구해야 한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헐값매각 저지투쟁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독자생존 가능한가=최근 박종섭 사장은 독자생존의 조건과 함께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부채가 한번 더 재조정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현재는 물론 내년과 후년에도 D램 시장상황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여 초기투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독자생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달 이후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채권단에서 1조원 정도를 추가지원하면 회사채 정리와 유상증자를 통해 독자생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모범답안도 제시했다.

 물론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의 길로 가려면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돼야 하고 D램 가격이 4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긴 하지만 최근의 정황으로 볼 때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우선 일부 채권단과 소액주주의 반발로 협상 결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다 D램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의 D램 가격은 완전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D램 시장구조는 갖춰진 셈이다.

 ◇아직은 ‘불가’가 대세=산업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전문가들과 동종업계는 하이닉스 독자생존론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상황이 일시적으로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우선 반도체 경쟁력의 원천인 투자시기를 하이닉스가 이미 놓쳤고 재원마련 방안도 거의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지금도 부실채권 회수문제로 채권단이 골머리를 앓는 판에 1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또 다시 쏟아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는 분명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갈 지 누구도 모른다. 자칫 올해 말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하이닉스는 6조7000억원의 부채이자는 커녕 영업적자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매각이 가장 확실한 회생방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