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노기술 현장을 찾아서>(7)美 나노기술현장을다녀와서

◆임상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소자연구센터 sangho@kist.re.kr

 

 ‘나노기술’이란 하나의 단어가 요즘처럼 과학기술계에 집중적으로 회자한 적이 없다. ‘나노기술의 실체는 무엇인가.’ 많은 연구자들은 나노기술의 실체와 이 기술이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오고 있다.

 26시간의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뉴욕주의 작은 도시 이타카에 위치한 코넬대 내의 코넬 나노패브리케이션 퍼실러티(CNF)는 미국이 나노기술에 접근하는 전략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곳이다. CNF를 처음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연수를 시작하는 월요일.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서 장비를 처음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자와 CNF의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공정에 대해 자유스럽게 논의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게 진정한 미국의 힘이라고 생각됐다. MIT·하버드 대학 등 다른 기관들에서도 50㎚ 이하의 선폭을 가지는 나노구조물을 큰 무리 없이 제작하는 것을 보면서 나노 가공 기술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실감했다. 대표적인 예로 10㎚의 선폭을 가진 구조물 제작 기술 및 1㎚ 크기의 분자 하나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접합구조 제작 기술을 들 수 있다. 짧은 역사에도 미국 대학들의 수준 높은 나노 가공 기술에 탄식을 연발했다.

 특히 스핀전자소자(spin electronics)는 전하만을 이용하는 기존의 전자소자가 가지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소자인데다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비전 21이라는 초대형 과제로 시작하고 있어 관심이 높았다. 이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5년 이내의 구체적 성과와 그 이후의 장기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5년 이후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획기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견해도 비슷했다.

 나노기술에 대한 이러한 향후 전망은 아마도 다음의 2가지에 근거한다. 첫째는 현재의 기술 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존 기술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히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나노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기술 추세를 유지하려면 나노기술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해석된다. 둘째는 나노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나노 가공 기술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나노 가공 기술에 힘입어 나노과학 또한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나노과학에서 상업적 응용이 가능하도록 나노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현재의 기술발전 추세라면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나노기술이 이러한 기술 발전 단계에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부터 나노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상업적 나노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나노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나노기술 현장을 둘러보면서 나노기술은 하나의 당위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스핀전자소자가 현재의 기술 추세를 유지하려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나노기술은 산업혁명 후에 지속적으로 향상된 인류의 삶의 질을 끊임없이 유지하려는 유일한 수단이다. 미국에서 나노 가공 기술이 이미 통상적인 수단이 된 것과 이로 인한 나노과학의 급격한 발전은 물론 나노기술이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당위성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