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중국어 학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로커스·JKTI·팬웨스트·한아시스템·GTC유니온 등 벤처기업들은 CEO는 물론 직원 대상의 중국어 학습강좌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무선인터넷기업인 WINS를 인수해 계열사로 흡수한 컴퓨터통신통합(CTI)업체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은 요즘 중국어회화 배우기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해말부터 주 2회 2시간씩 아셈타워 소재 로커스 본사에 중국인 무역전문가를 독선생으로 모시고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쳤지만 중국시장 진출에 있어 CEO의 능숙한 중국어회화가 필수적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우선 모바일인터넷사업부의 지원자들을 뽑아 2개월 과정의 중국어 초급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 사장은 “올해 중국시장에서 150억원 규모의 단문메시지시스템센터(SMSC) 매출을 생각할 때 당연한 투자”라고 말한다.
중국내 지능형빌딩시스템(IBS) 프로젝트 및 중국 진출을 꾀하는 벤처대상의 마케팅지원업체인 JKTI의 김완용 사장도 지난해 8월 중국어 공부를 시작, 벌써 6개월이나 됐다. 이 회사의 CTO였다가 지난해 12월 CEO로 올라선 그는 기술적 토의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일상회화를 무리없이 소화한다. 그의 중국어 공부는 사업상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의 중국어는 중국통인 사내임원의 실력에 자극받아 EBS교육방송 청취부터 시작해 MP3를 이용한 중국어 노래공부, 중국영화대사 공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광둥성 퉁관시에 한국내 제조공장을 모두 옮긴 광마우스·디지털카메라·MP3 제조업체인 팬웨스트의 장천 사장은 올해를 ‘전 직원 중국어 학습의 해’로 정했다. 장 사장은 중국통인 경영지원부와 수출입 담당 여직원 두명을 통해 경기도 일산 본사에서 전 직원 대상의 중국어 강의에 나서고 있다. 장 사장은 중국어 강사에게 승진상의 이익까지 주면서 직원들의 중국어 교육을 독려할 생각이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매일 1시간 30분씩 주 3회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의 주무대를 중국시장으로 옮긴 한아시스템의 신동주 사장은 올 가을학기부터 중국 칭화대 어학코스과정에 등록해 현지에서 중국어 익히기에 나설 예정이다. 라우터와 스위치로 중국시장에서 승부하려는 신 사장은 가능하다면 이 대학 최고경영자코스에 등록해 현지 CEO들과의 얼굴 익히기에도 나설 생각이다. 이미 중국어에 능통한 본사인력 세명을 현지영업에 투입하고 있는 그는 연내 거주지를 아예 중국으로 옮기고 중국사업에 전념할 생각이다. 이 회사의 기획담당 박태희 상무도 지난 90년대초 이미 중국어를 어느정도 공부해 놓고 있어 방한하는 중국 관계인사들과 일상회화 정도는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 직조공업단지인 쓰촨성 일대를 대상으로 직물용 CAD 공급에 본격 나설 GTC유니온의 황동하 사장도 이번 설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중국어 공부에 나설 생각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8월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영입한 중국통 영업팀장을 통해 일주일에 두번씩 전 직원 대상의 중국어 강좌를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영어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그도 본격적인 중국시장 개척에 대비하기 위해 본격적인 중국어 공부에 나설 생각이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중국진출 기업의 어학열기에 대해 “한국의 CEO들도 조선족이나 임시직원을 내세우기에는 중국시장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너무나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또 “향후 중국진출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방식도 조선족이나 현지 채용 임시직원을 내세운 방식에서 탈피, 중국어에 능통한 본사 출신 인재에게 더욱 의존하는 쪽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