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복병` 만난 반도체장비업계 대응책 `묘수찾기` 부심

 국내 반도체장비업계가 엔저라는 복병을 만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개월간 빠른 속도로 진행된 엔화가치 하락으로 국산 반도체 장비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경쟁을 주 무기로 한 국내 장비업체들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최근 한국과 대만, 중국 등지의 반도체 및 LCD 투자 확대에 힘입어 장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자칫 이 시장을 일본 업체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업계는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일본산 장비에 대한 국산 장비의 가격경쟁력이 최근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장비업체 경영자들은 “그동안의 수요 부진과 납품가 인하로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 힘든 상황에서 이 정도의 가격경쟁력 약화도 국내 업계로선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두배 정도 늘린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반기중에는 10% 가량의 비용절감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테크윈(대표 이중구)은 엔저에 대응해 견적 방법을 달러화에서 엔화로 전환하거나 주변부가장비 프리미엄 판매 등을 도입, 지난해 말부터 시행중이다. 칩마운터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의 야마하나 주키 등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만큼 기존 달러화 견적방식을 고수하면 엔화절하 폭만큼인 10% 가량의 이익률이 저하되지만 이를 엔화로 전환하면 이익 저하비율을 3∼4%대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일본 브랜드에 비해 다소 경쟁력 있는 주변부가장치의 경우 판매가격의 상승으로 본 장비에 대한 이익 저하율을 보전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원가경쟁력 향상 및 품질 고급화를 근거로한 마케팅 강화로 엔저라는 난관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생산원가 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입부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생산방식의 개혁 등을 통해 상반기중 생산원가를 5%까지 낮출 예정이다. 또 제품성능으로부터 나오는 브랜드 가치가 판매가격을 결정한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대만, 기타 동남아시아권 국가의 수요업체를 직접 방문해 장비를 시연하는 횟수를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케이씨텍(대표 고석태)은 해외시장에서 일본산 장비 가격에 준하는 무모한 가격인하방식을 택할 경우 향후 기업경쟁력 저하로 되돌아올 것으로 인식하고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올해도 실시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는 한편 최근 마련된 세정장비 중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내부설계 변경, 제조공정 개선, 일괄구매 및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원자재 가격인하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계는 지난해 불황을 이겨내 도약의 기회를 맞았으나 일본 장비업계의 가격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내수시장에 의존하던 국내 장비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돌출한 엔저현상은 피해갈 수 없는 장애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