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 인터넷 골드 러시의 주역이었던 인터넷 1세대가 잇따라 ‘컴백’을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일신 상의 이유로 현업을 떠 났던 ‘인터넷 전도사’ 염진섭 전 야후코리아 사장이 인터넷 여행업체 트래블라이너 대표 이사로 복귀했다. 이어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파격적인 컨셉트로 인터넷을 대중화시킨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도 지난주 온라인 게임업체 오즈인터미디어 공동 대표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골드뱅크에서 손을 뗀 김 전 사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엠스타라는 인터넷업체를 차리는 등 국내 못지 않은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교롭게 거의 같은 시기에 복귀하는 두 사람은 모두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거물들(?)이다. 두 사람 이외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넷 업계를 떠났던 ‘내로라하는 구학 세대’가 다시 화려한 재기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물론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처럼 이들이 지닌 상징성에 거는 막연한 기대와 테헤란밸리의 분위기가 회생하고 있는 조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인터넷 1세대는 누가 뭐래도 척박한 시장에서 인터넷 비즈니스가 자랄 수 있는 토양과 양분을 만든 주역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터넷 성공 신화를 이뤄내면서 지식과 정보가 바로 경쟁력이라는 변화된 미래 사회의 단면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1세대의 퇴장은 왠지 석연치 않았다. 이들이 현업을 떠날 때의 모습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 대부분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려 잘 나가던 화려한 시절을 무색케 하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아쉬워했으며 돈만 쫓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급기야 인터넷 기업 중에 존경할 만한 CEO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일보다 어렵다는 서글픈 유머까지 유행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복귀 소식은 떠날 때 만큼이나 초라해 보인다. 이들 스스로도 가급적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전언이다. 물러나고, 나서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개인 신분을 넘어 인터넷 업계에서는 공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일거수일투족,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컴백을 선언한 구학 인터넷 세대가 이전의 안 좋은 소문을 한 방에 날려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