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제어 에어컨 보급 `지지부진`

 매년 여름철만 되면 예외없이 정부에서 전력 부족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원격제어 에어컨사업이 겉돌고 있다.

 ‘원격제어 에어컨’이란 여름철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사용의 주원인인 에어컨을 한전이 무선으로 원격제어해 특정시간에 집중되는 전기 사용량을 10∼15분간 멈추도록 조절하는 제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냉방부하를 합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제어장치(페이저)를 부착한 원격제어 에어컨을 일반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난 99년부터 보급해오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까지 3년간 전국에 보급된 원격제어 에어컨은 99∼2000년 2100여대, 2001년 2300여대 등 4400여대로 연간 보급 목표치 3000대의 80% 내외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올해도 한국전력공사가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원격제어 에어컨 4000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에어컨 생산업체들이 이 사업에 소극적인 데다 소비자의 인지도 부족으로 보급이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한전 측의 원격제어 에어컨 보급사업이 조기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에어컨 생산업체의 사업 타탕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전 측 사업을 추진하려면 한전에서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및 제어장치 등을 개발하기 위해 6000만∼7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설치 후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반해 업체당 배정물량은 1000대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떨어져 업체들은 수동적인 입장이다. 특히 원격제어 에어컨은 일반 제품으로 팔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는 구 모델이나 재고물량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신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전이 원격제어 에어컨 모델에 따라 소비자 구입비용 가운데 대당 40만∼120만원을 지원해 저렴하게 살 수 있음에도 설치희망 소비자가 적은 것은 홍보 부실에 따른 인식부족이란 지적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에어컨의 전원 차단으로 10분간 동작이 멈추는 데 불편함을 느낀 나머지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심해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전 측에 매년 적극적인 홍보 요청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의 한 관계자는 “예산의 한계로 원격제어 에어컨을 대량보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철 냉방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가적 사업인 만큼 업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