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에 미래가 있다
지난 5일 서울대 공대 등록률이 81.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신문 지상을 통해 전해졌다. IMF이후 계속된 이공계 취업 불안정 심화로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가 보장되는 의·치대, 한의대로 지원 방향을 돌렸다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우수 과학인력의 조기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고에서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200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일부 과학고의 경우 졸업생의 30∼40%가 의대에 진학했다는 발표가 최근에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국내 대학 출신으로 첫 여성 기계공학 박사가 탄생해 화제가 됐다.
70년대 중공업과 석유화학분야를 정책적으로 진흥시키면서 기계공학·화학공학 기술자들이 많이 배출됐고, 80년대 들어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전기·전자공학 기술자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산업의 약진으로 컴퓨터 관련 기술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오늘날 산업 현장의 대다수 기술자들은 전자·반도체와 자동차업계 등을 일으켜 세웠고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강국으로 이끌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재주 부리는 곰이라고 느끼는 박탈감에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기업에서 오랫동안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도 있겠고, 현실적으로 기술 인력들의 근무지가 생산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지방 근무가 대부분이며, 또한 직장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발전의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산업의 발전방향이 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 등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발전하거나 통합되면서 전기·전자, 컴퓨터, 화학, 생물, 기계공학 등의 기술자들에게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찾아오리라 본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나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별화된 제품을 준비할 수 있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올해초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첨단 가전 전시회 CES에서 개막연설을 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진대제 사장은 공학박사로서 ‘한국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이며, 40대에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한국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된 인물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기술이 경쟁을 주도하는 시대에 기술자로서 개혁과 변화, 그리고 미래의 성공을 주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