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간에 걸친 한 노(老)교수의 노력끝에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분석한 남북한 학자의 ‘공동학술연구서 1호’가 곧 빛을 보게 됐다.
주인공은 정년퇴임을 이달 말로 앞둔 이현복 서울대 교수(65·언어학). 음성언어학과 한·영·불어 비교연구분야를 개척한 한국의 대표적 언어학자인 동시에 한글운동가인 이 교수는 요즘 오는 4월로 예정된 ‘남북한언어비교연구’ 출간을 앞두고 마무리작업에 매달려 있다.
5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저서는 발음, 맞춤법, 어휘, 문법, 표현 등 5개 분야별로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사전식으로 기술한 것으로, 북한의 혜산사범대 노길룡 교수(60)와의 공동작업으로 펴낸 남북한 공저 1호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체 항목은 5000여개에 이르고, 항목별로 이질화된 배경에 대한 이론적 설명도 포함돼 있는 등 남북한 언어차이를 체계적으로 고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교수의 남북한 언어 비교작업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학자로는 처음으로 동구권인 폴란드 바르샤바대 한국어 교수로 초빙됐던 이 교수는 같은 과에 재직 중인 노 교수를 만나게 됐고, 남북간 언어의 비교가 언어통일을 위한 기초작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 교수는 양국의 교과서와 사전, 학술서적 등을 바탕으로 남북언어의 차이에 대한 대조표 작성 등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두 학자는 91년 7월 ‘결과를 공동명의로 출간한다’는 합의서를 교환하기도 했으며, 이 교수가 92년 7월 귀국한 후에는 서신을 통해 공동연구를 진행해오다 노 교수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끊기자 이 교수 혼자 나머지 작업을 이어받게 됐다.
이 교수는 노 교수의 답신을 기다리며 출간시기를 계속 미뤄 오다가 결국 노 교수에게 알리지 못한 채 출간하게 됐다. 이 책은 어휘보완 등 최종 마무리를 거쳐 이르면 오는 4월 출간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30여년간 교수생활을 마감하는 현역에서의 마지막 저술작업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북에 있는 공저자 노길룡 교수에게 빨리 이 소식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