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월드컵 붐 조성은 우리에게 맡겨라.’
2002월드컵을 100일여 앞두고 축구 소재의 애니메이션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방영에 들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상업체인 KBS미디어(대표 이흥주),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키드넷(대표 장한성), 캐릭터업체인 손오공(대표 최신규) 등이 공동 제작한 26부작 TV시리즈 ‘우정의 그라운드’.
지난 2000년 기획에 들어가 2년간 제작비 36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여된 이 작품은 2002월드컵에 대한 관심 고조와 붐 조성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된 애니메이션 업계 공동의 월드컵 프로젝트다.
지난 21일(매주 목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KBS 2TV를 통해 첫 전파를 탄 ‘우정의 그라운드’는 오는 8월까지 장장 6개월간 청소년들에게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책임을 맡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나라와 함께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서도 동시 방영에 들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정의 그라운드’는 일본 NHK BS2(위성방송)를 통해 지난 18일(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전파를 타전하기 시작해 한·일 월드컵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NHK를 통해 방송되는 것은 지난 99년 KBS에서 제작한 16부작 ‘레스톨 특수구조대’ 이후 두번째. ‘우정의 그라운드’의 배급을 담당한 KBS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완료되기 이전, 이미 일본 NHK측에 편당 100만엔이라는 고가에 작품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정의 그라운드’는 기획 초기부터 좁은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 세계시장 공략을 목표로 제작됐다.
이를 위해 일본의 81스튜디오 등이 국내의 드림키드넷과 시나리오·콘티작업 등을 공동 진행하기도 했다. 작품의 주제도 한국 선수의 활약만을 일방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한·일 젊은이들간 국경을 넘는 경쟁과 우정, 사랑을 폭넓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한국인 축구선수 주인공 강찬이 일본인 주인공 겐니치와 함께 이탈리아의 명문구단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시작된다.
강찬은 한국에서 뛰어난 축구선수로 활약하다가,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온 유학파. 하지만 겐니치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로 이주한 뒤, 그저 축구가 좋아 선수가 된 케이스. ‘우정의 그라운드’는 이처럼 다른 배경에서 출발한 두 주인공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된다는 하나의 목표에 오르기까지 겪게 되는 어려운 훈련과정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숙명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강찬이 겐니치의 동생 미끼와 사랑에 빠지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이야기 전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감초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이 작품은 2D 그래픽으로 묘사한 캐릭터들과 3D로 재현한 경기장, 배경화면 등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역동적인 축구경기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기획한 KBS 미디어의 서원태 PD는 “월드컵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방영된 ‘우정의 그라운드’는 월드컵 붐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본에 이어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수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