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프로젝트 비용을 산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투자대비효과(ROI)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건비나 솔루션 공급가를 기준으로 IT프로젝트 비용을 산정하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에 프로젝트를 통해 미리 예상되거나 혹은 이후 실제 발생하는 ROI를 일정 부분 나눠갖는 형태의 가격산정 기준이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SAS코리아, EXE테크놀로지, 자이오넥스 등 e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업체들은 최근들어 IT프로젝트 가격산정 기준을 ROI 중심으로 가져가는 모델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으며 1∼2개 고객사를 시범모델로 선정해 시행한 후 반응이 좋으면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일부 선도적인 업체들의 움직임이긴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IT프로젝트 비용산정의 기준이 ‘원가형’에서 ‘가치형’으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IT프로젝트의 목적이 막연한 생산성 향상에서 명확한 수익창출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CRM, ERP, SCM 등 업무 생산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e비즈니스 솔루션 프로젝트가 늘면서 ROI에 대한 가치비중이 커졌기 때문. 업계의 한 관계자는 “ROI 산출관행이 일반화된 미국, 유럽시장에서는 ROI 기준의 비용산정 방식이 어느 정도 확산돼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ROI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적용이 미흡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초기 시행 성과나 고객사의 반응에 따라 확산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실행(SCE) 전문업체인 EXE테크놀로지코리아(대표 김형태)는 올해부터 프로젝트 수준이나 성격에 따라 ROI 기준의 비용산정을 적용하는 방식을 부분적으로 취할 방침이다. EXE는 이 같은 산정방식의 일환으로 전략적 가치평가(SVA)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세 수준의 ROI를 산정, 솔루션 공급 이전에 이 ROI의 일정 비율을 솔루션 공급 및 프로젝트 비용으로 받는다는 계획이다. EXE는 이미 본사 차원에서 일부 글로벌기업과 이 같은 SVA 기준의 계약을 맺은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2∼3년내 예상 ROI가 실제 발생함에 따라 국내 적용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급망관리(SCM) 및 비즈니스 협업 솔루션 업체인 자이오넥스(대표 류동식)도 잠재 ROI를 비용산정 기준으로 삼는 방식을 병행키로 하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자이오넥스는 ROI 기반의 대금청구 방식이 공급업체에 약간의 리스크를 가져다주지만 고객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좋은 모델이라고 보고 장기 추세에 대응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비즈니스 프로세스 이해 및 전체 프로젝트 범위 결정 △문제점 분석 및 프로젝트 목표 토론 △솔루션 적합성 판단 △ROI 산출 등 고객 ROI를 4단계로 나눠 측정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에 고객과 공급업체 모두 동의할 경우 ROI의 20%를 프로젝트 대금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CRM 전문업체인 SAS코리아(대표 안무경)도 ROI 기반의 수익모델인 ‘밸류 프라이싱’ 정책을 연내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고객으로부터 초기 시스템 구축비는 받지 않는 대신 CRM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매년 수익금의 얼마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공급업체는 해마다 고정 수익을 올려 매출 기복을 없애고 수익 포트폴리오를 좋게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 SAS측의 설명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