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수정안’을 마련,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투신권 등 내부 반발을 일단 ‘봉합’한 가운데 그동안 입장표명을 유보하던 하이닉스 노조가 19일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 협상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하이닉스와 채권단 주위에서는 협상타결 여부가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이번 노조 돌출 변수가 협상 결렬로 이어지는 악재가 될지, 잔존법인과 소액주주들의 생존보장을 이끌어내는 호재로에 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조 왜 나섰나=하이닉스 노조는 그동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물론 ‘독자생존’이 가장 좋은 대안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으나 특단의 회생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주장을 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중국 매각설이 나왔을 때도 중소업체나 인피니온과의 협상이 시작됐을 때도 별다른 반발 없이 일단 협상 진행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론의 양해각서(MOU) 초안이 각종 단서조항을 달면서 잔존법인에 대한 생존보장이 되지 않자 노조는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노조는 마이크론의 제안에는 하이닉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이같은 금액에 세계 D램시장 3위의 자리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 이상을 차지하는 20여년 동안 키워온 장치산업을 매각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만3000여명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2500여개 협력업체 15만여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생존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협상 조기타결에 도움된다=노조의 반발이 공식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 잔존법인에 대한 생존방안을 이끌어내 위한 조기타결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협상에 대한 일치된 정서와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 하이닉스의 강공으로 마이크론이 일정부분 요구조건을 완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마이크론은 노조에 상당한 선물을 주는 것이고 향후 인수 후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자동차의 예처럼 노조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협상이 정치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난마처럼 얽힌 협상조건을 경영진과 채권단이 충분히 해결한 이후 마지막 순간에 고용승계 등을 내걸고 노조가 개입하는 것이 순탄한 협상을 위해 필요한 수순인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간다는 것이다.
특히 집단행동의 유혹이 많은 노조가 협상 중간에 변수로 등장한 것은 자칫 채권단과 하이닉스의 정면충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존하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협상이 더욱 꼬여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