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다시 돌아온 신국환 장관은 지난달 29일 과천에서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기업인들이 신년인사회를 하는 서울 장충동으로 달려가는 열정을 보이면서 현장 중심의 장관임을 과시했다. 또 본인이 친정이라 말할 만큼 산자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신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한 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람들을 만나는 등 벌써부터 국가경쟁력을 담보한 정책수립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항상 현안 업무가 산적해 있다고 말하는 신 장관이 바쁜 일정을 잠시 미루고 본지 김경묵 디지털경제부장과 향후 산업정책을 놓고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 장관은 실물경제와 첨단산업에 대한 해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통산업과 IT, e비즈니스, 수출, 산업경쟁력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신 장관은 특히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IT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래기술력 배양과 전통산업의 IT화 추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다시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하자마자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10개월 만에 장관직에 복귀하신 소감은.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다시 맡게 돼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간 장관직을 떠나 있었지만 평생을 몸담아온 산자부이기에 잠시라도 산자부 업무와 직원들 생각을 잊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자원부 장관의 중책을 다시 맡겨주신 것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조치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수출확대와 외국인투자 유치, 세계 일류의 산업경쟁력 구축 등에 힘쓰라는 뜻으로 알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전통산업과 IT접목, 중소기업의 IT화 사업 등 장관께서 씨를 뿌린 IT관련 사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향후 IT산업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최근 수년 동안 IT산업은 매년 20% 이상씩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IT 중복투자와 국내외 경기회복의 지연 등으로 IT산업도 조정국면에 진입해 있으며 이제는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통산업의 IT투자가 부진해 IT기업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향후 지속적인 IT산업의 성장을 위해 미래기술력 배양과 전통산업의 IT화, IT기반의 핵심기술 개발, 전통산업의 IT융합기술 상용화 등을 중점 추진할 방침입니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3만개 중소기업의 IT화 사업과 B2B 네크워크 구축사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e비즈니스 저변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e비즈니스 기업인들은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 신년인사회가 장관님의 첫 공식업무이고 e기련의 산파가 장관님이라는 점 때문에 장관님과 e비즈니스는 큰 인연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e비즈니스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으시죠.
▲e비즈니스는 기획·구매·생산·판매 등 기업활동 전반의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입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핵심수단이기도 하고요. 저는 전임시절부터 e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업계 스스로 e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노력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e비즈니스 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강조한 것처럼 전통산업과 IT의 결합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산자부는 앞으로 부서마다 e비즈니스 담당자를 두어 전자상거래 업무의 공조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로 운영할 예정입니까.
▲전자상거래는 단순한 온라인거래 차원을 넘어 산업활동 전반의 e트랜스포메이션(e전이)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각 업종 담당 부서가 소관 업종별로 e트랜스포메이션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추진체계를 대폭 개편할 것입니다. 또 민간의 e비즈니스 추진의욕 제고를 위해 업종별 CEO·CIO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과 업종별 B2B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 기존 사업의 연계활용을 촉진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IT업계 주도의 e비즈니스 추진에 따른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온오프라인 기업간 건실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업계 현안에 밝은 소관과 주도로 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 전통산업과 IT기술을 결합하는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전통산업에 기반을 둔 전경련을 비롯해 전통산업으로 분류돼 온 업계가 IT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경련과의 협업적 IT화 사업 등 업계와의 협력관계는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에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서플라이 체인내 대기업-중소기업간 협업적 IT화 지원입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70% 정도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어 IT를 활용한 효율적 협력채널 구축이 산업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상황이지요. 다만 대기업·중소기업간 또는 다른 서플라이 체인간 이해상충도 우려되기 때문에 정책수행에 신중을 기할 것입니다. 전경련이 연초에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기업간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자부도 산업별 선도기업 및 협력 중소기업과의 eCEO협의회를 정례 개최하는 등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IT화는 기업 투명성 제고에도 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자부가 올해 윤리경영을 발표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IT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최근 미국의 엔론사태에서 보듯이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은 개별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시스템의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외적으로 국내 기업의 투명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아지고는 있으나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IT를 활용한 기업의 투명경영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특히 기업의 모든 정보를 통합처리하는 기간시스템인 ERP를 통해 투명경영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ERP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 과감한 세제지원을 통해 투명경영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IT 인력부족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IT 인력양성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IT산업의 빠른 성장과 인력공급기반 미약, 산학연계 부족 등으로 인해 IT인력부족이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산자부는 IT 및 e비즈니스 인력양성 대폭 확대, 사이버교육 강화 등 IT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임 장관시절 주창하셨던 4대 신산업에 보완되거나 추가되는 정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또 BIT 등 기술융합화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세계산업의 중심축은 최근 태동한 IT, BT, NT 등 첨단 신기술산업으로 급격하게 이동중이고 앞으로 정보·생명·환경 등 3대 축을 구축할 전망입니다. 이들 신기술은 기존 산업과 퓨전화하거나 시스템화하면서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지요. 정부는 6대 신기술산업(IT, BT, NT, ET, CT, ST)에 대해 2005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산업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산업의 장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분야 절대우위를 바탕으로 비메모리분야 기술력을 배양하면 10년 후에는 세계시장 석권이 가능할 것으로 감히 평가합니다. 이를 위해 차세대 메모리기술인 나노급 공정기술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민관합동 공동 R&D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비메모리분야는 경쟁력의 원천인 설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SoC(System on Chip)분야 공동연구기반을 확충하고 핵심기술을 개발중입니다. 장비 및 재료분야는 300㎜ 웨이퍼용 장비와 차세대 EUV 장비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산화율을 제고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조만간 반도체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며 종합적인 인프라 구축과 전략적인 R&D를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요즘 ‘벤처 다시보기’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벤처에 대한 견해와 향후 정책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벤처기업 지원과정에서의 부조리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벤처기업지원 정책방향을 재정립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벤처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확인요건 강화, 벤처확인 평가기관의 신뢰확보를 위해 ‘평가실명제’ 도입, 기준미달 또는 반사회적 불법행위를 하는 벤처기업은 확인철회하는 방안 등이 그것입니다. 앞으로는 건전한 벤처투자환경의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건전한 다수의 벤처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육성정책과 병행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이달말에 관련부처 차관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위원장 산자부 장관)’를 개최합니다.
―최근 e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역자동화는 e트레이드의 기본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데 KTNET 구조조정 등 무역자동화 활성화를 위한 산자부의 정책방향은 어떠한지요.
▲91년부터 추진된 무역자동화사업은 비용·시간절감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왔습니다. 이제는 세계적 수준의 무역자동화사업을 기반으로 일본·중국 등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협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역자동화사업이 e트레이드의 기본 인프라로 역할을 계속하도록 무역자동화법 정비, 무역관리 솔루션 개발·보급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조직 및 재무역량이 다소 미약한 KTNET에 대해서는 자본구조를 견실히 하고 신규사업 추진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구조개편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46대 장관시절에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방문을 통해 기업체 사기진작과 정책수립에 노력하셨습니다. 당시 산자부 공무원 사이에서는 일요일도 못쉰다는 불만도 조금 있었는데, 계속하실 건가요.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현장방문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전에는 기업체 방문 등 현장활동을 일요일에도 많이 실시해왔으나 앞으로는 긴급하게 현장확인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주로 토요일 오후를 활용할 것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본인 스스로부터 재충전을 위해 일요일, 공휴일에는 휴식을 취할 계획입니다.
<정리=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