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부품업계 저가경쟁 `제살깎기` 극심한 고통

 컴퓨터 부품 시장이 저가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경기가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침에 따라 중앙처리장치(CPU)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주기판 등 수급불균형이 심한 품목을 중심으로 저가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저가제품만이 통한다’는 인식이 부품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일선 수입업체들이 고가제품보다는 저가제품을 전략 품목으로 내세우고 있어 가격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품을 수입·판매하는 업체들은 시장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원가 이하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CPU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다. 인텔 펜티엄4 1.6㎓의 경우 대리점 수입원가가 20만원이 넘지만 용산 도매시장에서는 18만5000원대에 거래가격이 형성돼 있어 대리점들은 당장 1만원 이상씩 손해보고 판매하고 있다. 1.7㎓·1.8㎓ 모델도 상황은 비슷하다.

 HDD 수입업체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예전에는 몇천원의 이윤을 남기고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원가’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수입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중간 딜러들도 불과 몇천원을 남기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5400vpm 40Gb용량의 웨스턴디지털 HDD의 경우 카르마코리아를 비롯해 아치바코리아·제뉴인 등의 수입업체가 모두 수입원가 수준인 10만1000∼10만2000원에 공급하고 있다.

 김광수 카르마코리아 이사는 “AS비용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적자”라며 “그레이제품의 유입과 2차 딜러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심해 어쩔 수 없이 원가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기판 업계도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업체마다 10만원대 제품 공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해 시장의 주류를 13만원대 이하의 저가형이 석권했다. 비교적 중고가 제품인 마이크로스타인터내셔널(MSI)의 제품을 공급하는 유니텍전자도 저가형 제품의 판매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PC시장이 호황을 보이지 않는 한 이같은 저가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