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문화산업 10대 과제>(9)디지털방송 조기 안착

 올해 방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방송’이다. 지난해 하반기 지상파방송 3사가 연이어 디지털 본방송을 개시한 데 이어 다음달 1일에는 디지털위성방송이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한다. 이와함께 그동안 더디게 진행돼온 케이블TV의 디지털화도 최근들어 급류를 타고 있다.

 디지털방송의 본격화는 방송산업뿐만 아니라 통신·영상·가전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일대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디지털방송 보급으로 일반인이 느끼게 될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아날로그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화질과 음향이다.

 또 아날로그방송에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데이터방송서비스가 가능해짐으로써 안방에서 TV를 통해 정보검색은 물론 게임을 비롯한 각종 고품질 멀티미디어 서비스, 주문형비디오(VOD), 홈뱅킹 등과 같은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디지털방송이 불러올 산업유발효과도 매우 크다. 관련업계는 오는 2005년까지 디지털TV 수상기를 비롯해 방송기기·콘텐츠·광고 등 관련 산업부문에서 생산 110조원, 수출 277억달러, 고용유발 17만명 등의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시대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방송은 올해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에따라 정부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2005년까지 방송 콘텐츠 활성화 및 디지털방송 산업기반 조성을 위해 총 1124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통부도 월드컵 이전까지 저가의 디지털TV 100만대를 조기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디지털방송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그동안 누차 지적돼온 것처럼 재원 및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KBS는 향후 10년간 총 1조7000억원, MBC는 오는 2010년까지 6237억원, SBS는 2006년까지 1420억원의 비용을 디지털 전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최소 2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정부는 이같이 막대한 비용을 해당 방송사들이 자체 수입으로 조달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방송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는 시청료를 인상하지 않고서는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MBC와 SBS도 광고료 인상을 위한 민영 미디어랩 설립이 장기간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정부가 정한 시한에 맞춰 지난해까지 디지털 본방송을 일단 실시하기는 했으나 전국 서비스 실시나 시설 확충 등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케이블TV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유선망을 기반으로 한 케이블TV는 디지털 전환 이후 타 매체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인 양방향서비스가 가능한데다 채널 수용폭이 확대되면서 보다 많은 신규 채널을 전송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개별 케이블TV방송국(SO)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돼야 한다. 이에따라 최근 전국 50여개 SO는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DMC·대표 박성덕)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디지털화를 추진중이다.

 문제는 DMC가 내년초 본방송을 개시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이다. 현재까지 DMC는 20여개 SO와 협력하기로 결정했으며 주요 대기업 등으로부터 총 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확보된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늘어난 다채널을 채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한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다. 다음달 개국하는 위성방송은 이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입증해 준다. 위성방송은 비디오 채널 84개, 오디오 채널 60개, PPV(Pay Per View) 등 140여개의 다채널을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시켜 왔지만, 실질적으로 위성방송에 차별화된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성방송은 채널사용사업자(PP) 선정과정에서 기존 케이블TV와 다른 새로운 콘텐츠 제공을 주요 선정기준으로 잡았으나 이를 충족할 만한 사업자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해 3월 PP 등록제 실시 이후 100개가 넘는 신규 채널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양질의 콘텐츠 및 자금력을 확보한 사업자는 몇몇 복수PP(MPP)가 신청한 신규 PP뿐이라는 지적이다. 위성방송은 일단 채널 패키지 및 상품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향후 채널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면서 이를 채울 만한 콘텐츠 부족 문제로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방송 관련제도 정비가 미흡하다는 점도 최근들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방송이 통신과 융합되면 새롭게 영역이 생겨나는데, 이를 전담할 부처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 데이터방송서비스나 SMATV(Satellite Master Antenna TV) 등은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송계를 들끓게 만들었던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도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디지털TV에 대한 홍보 확대, 수상기 가격의 인하 및 소비자 부담의 경감책 등도 필요하다.

 이같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은 각각 디지털 방송 육성책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 단체간의 활발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통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업자 역시 디지털 방송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