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한국에서 비디오 콘솔 게임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깔려 있는 자사 게임기에 대해 애프터 서비스(AS)를 포함한 고객 서비스를 해주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자 마니아들이 크게 반발할 조짐을 보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SCE의 한국 법인은 기존 PS 제품을 PS2 제품으로 바꿔주는 보상 판매 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마니아들은 소액의 보상금과 보상판매 대수가 터무니 없이 제한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SCE의 한국 법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대표 윤여을)는 22일 한국판 PS 게임기를 정식으로 판매하기 이전 한국에서 유통된 모든 PS 게임기는 사실상 불법 제품으로 SCE가 고객 서비스를 전담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방침을 본사로부터 통보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CEK측은 이에따라 한국에 유통되고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는 AS 등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지원을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PS 게임기의 경우 각 국가별로 게임 코드 및 DVD 인식 코드, 전원부 등의 부품이 다르게 설계되고 있고 AS 등 고객 서비스 역시 각 국가별 현지 법인이 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일본·미국등을 통해 반입된 제품에 대해 한국법인이 애프터 서비스를 전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기존 유통 제품에 대한 고객 서비스 의무를 사실상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CEK측은 이와관련, PS 제품을 판매할때 해당 국가 지역을 벗어날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명기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 시키기도 했다.
SCEK측의 이같은 방침이 확정되면 현재 PS 50만대, PS2 10만대 등 전국에 걸쳐 약 60만대에 달하는 PS게임기 소유자는 SCEK측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객 서비스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게임 마니아들과 업계는 이들 제품이 정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SCEK의 이같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제값을 주고 산 정품이라는 점을 소니측이 상기했으면 한다”면서 “고객서비스 문제는 소니의 지역 분할 정책(home mode) 으로 가려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며 소니측을 질책했다.
이에따라 SCEK측은 22일 한국형 PS2 출시 기념 이벤트로 PS1 전 기종과 PS2 일부 기종(모델명 SCPH 1000∼9000)에 대해 한국형 PS2로 바꿔 주는 보상 판매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나 수량과 보상 금액이 턱없이 적고 낮아 소비자의 반발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SCEK측은 이번 보상판매에서 교체 수량은 약 1000대, 보상가는 기종별로 3만∼7만원 정도를 책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그동안 소니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음으로써 빚어진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 본사 차원의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에서 PS나 PS2 게임기를 어렵게 구매해 게임을 즐길고 있는 사용자들은 PS 마니아로 보고 오히려 혜택을 주지는 못할 망정 불이익을 주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마케팅 차원에서도 손해보는 일”이라며 “전제품에 대한 보상 판매를 실시하고 보상 수량에도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SCEK의 관계자는 “본사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중에 있으며 우선적으로 게임기를 불법으로 개조하지 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