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관 리포트>(7)미국편(하)

 과학기술 초강대국인 미국도 자국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라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 요크타운에 위치한 IBM 토마스웟슨연구소.

 전세계 과학기술 투자의 절반 가량을 사용하는 나라인 미국의 사례는 때로 후발국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국립과학재단·에너지부·NASA·교통부 등 12개 부처가 공동참여한 가운데 연간 5억달러 수준의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는 NNI(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는 후발국이 방대한 나노 분야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중점연구 분야 설정은 물론 연구기획, 연구비 배분, 연구사업 관리·평가·실용화 등 모든 분야에서 때로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도 연구개발(R&D) 활동의 주역인 과학기술자에 대한 우대와 사기진작 문제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시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연구소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는 공무원 신분으로 급여 수준만 볼 때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크게 불평하거나 불만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보면 우선 각종 직업에 대해 크게 차별하거나 비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물론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엄정한 평가가 뒤따르고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이나 혜택을 받게된다. 이외에도 공무원 신분 유지에 따른 각종 혜택과 직업이 안정적이고 연금이 주어지며, 나이에 관계없이 본인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과학자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고 연구소에 오래 머무르도록 한다.

 참고로 미국의 연구소에 연구비가 많다고 해서 과학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규정이 있어 연구비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들 지침 범위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연구비를 집행하게 된다. 연구비의 유용이나 오용에 대해서는 과학계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가 신뢰 풍토 속에서 이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신뢰사회의 투명성·공정성 덕택에 우리가 늘 고민하는 연구관리·평가 문제도 미국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많은 문제는 ‘거짓말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음을 암시해준다.

 하지만 미국 과학계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연구 투자효율 제고, 개발된 기초연구 성과의 이전 촉진 및 실용화, 기업의 기술혁신 유인, 정보 인프라 구축, 첨단과학기술인력 양성 등의 과제와 함께 호시탐탐 미국의 기술을 노리는 손길, 특히 첨단기술의 적성국 이전은 미국의 고민 중 하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청소년의 수학 및 과학 수준 저하와 기피현상이다.

 지난해 국립과학재단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4세 기준으로 엔지니어링 분야의 학사 학위 소지자 수를 비교한 결과 미국은 일본의 3분의 1, 한국의 2.7분의 1, EU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각종 국제 테스트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21세기 과학기술 및 엔지니어링 유지전략(Ensuring a Strong U.S. Scientific, Technical, and Engineering Workshop in the 21th Century)’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수학·과학의 기피현상이 결국 과학기술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인력부족현상으로 연결돼 경제 성장의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미국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전세계 국가의 재능있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도록 선택하게 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능력있는 자국의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립과학재단을 중심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시책을 강구해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점차 심화되면서 향후 직업으로서 과학기술자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으로 이어져 과학기술인력 약성과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미국의 고민은 더이상 미국만의 것은 아닌 듯 하다.

 <김상선 주미과학관 science_kore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