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R 수출 `부작용` 속출

지난해 수출 증가와 신규 업체의 잇단 등장, 차세대 일류상품 선정 등으로 유망 수출품목 자리를 굳힌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계가 무리한 해외시장 진출로 출혈경쟁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DVR업체들은 실적위주의 무리한 해외진출에 따른 실패사례를 거듭하면서 공정 경쟁 질서를 해치는 한편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어 시장 진입단계부터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신규시장으로 주목받는 중국시장의 경우, 철저한 사전조사없이 진출한 업체들이 다수의 현지인과 접촉하면서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거나 심지어는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영업담당자는 “중국시장은 지방마다 소자본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데다 공안이나 공무원과의 밀접한 관계가 변수로 작용, 복잡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국내업체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이익을 보는 업체는 극히 소수”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국내업체와의 계약과 달리 제품에 제멋대로 자사 상표를 붙이는가 하면 국내업체가 다른 국내업체의 상표를 붙이고 버젓이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 출혈경쟁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계약 내용을 뻥튀기하거나 사전 확인없이 계약을 진행시키는 등의 문제점은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수출 유망 품목으로서의 DVR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업계의 자각과 장기적 안목의 공동보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DVR협의회에 참여한 10여개 업체들은 지난해말 가격정책과 관련한 업계전체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공개입찰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등 질서를 해치는 업체에 대해 일종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코디콤 안종균 사장은 “수출 계약을 과장하거나 무책임하게 맺는 경우가 많아 업계의 질서가 흐트러졌던 게 사실”이라며 “관련 산업이 본격화된 만큼 거품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데이타 이충섭 과장은 “중국시장 등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제살을 깎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시장 진출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거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는 등 긴 안목의 전략을 확고히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