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인터넷 웹기술의 성공여부는 전송수단이나 스피드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입니다.”
내달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갈 ‘W3C 대한민국사무국’의 수장을 맡은 박기식 초대 사무국장(45·ETRI 표준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가 무선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제1위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는 유독 일본에 밀리고 있다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은 “미국 MIT, 프랑스 국립정보화자동화연구소(INRIA), 일본 게이오대학 등은 이미 지난 94년부터 W3C를 제안하고 전세계 516개 기관이 참여하는 웹 표준화 추진조직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글처리 표준화 논란을 극단적인 실례로 들었다.
그는 “웹관련 표준화의 일정 및 대상선정, 방향 결정 등은 사무국 보유국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이번 ETRI의 사무국 설치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관련 분야의 표준화 선점을 위한 노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3C 대한민국사무국’은 이를 위해 국내 산·학·연으로 구성된 표준화 포럼을 구성한 뒤 오는 4월 중순께에는 각국 W3C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술 세미나와 국내 사무국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국제 웹표준에서의 한글문제, 중국시장 공략시 국제 표준에 맞춰 진출하거나 외국 기술표준을 수용할 때도 나름대로 먼저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나설 수 있는 등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도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사무국 설치에 욕심을 내긴 했지만 ETRI가 국내 정보통신기술 개발의 중심지라든가 전문가가 많은 점, 국제 파트너로서의 손색없는 능력 등이 크게 평가 받았다”며 “W3C는 아시아에서 한국을 웹 표준의 동남아 확산전략 교두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총 4명의 직원들이 참여하게 될 사무국 운영을 위해 W3C로부터 향후 2년간 매년 1만달러씩의 기본운영경비를 지원받기로 했다”며 “관련자료의 국내 보급 중계자 역할 및 중소기업 정보 지원, ETRI독자기술 개발 결과의 국제 표준화를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기술개발에만 매달려 왔다”며 “이제부터라도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전략을 세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