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패러다임이 바뀐다>(1)인프라 세계 최고 한국이 `태풍의 눈`

 통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통신분야에서 패러다임 대전환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새로운 요소들이 곳곳에서 등장,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변혁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지능화된 통신망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버티고 있어 21세기 통신대국으로의 진입을 예고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통신산업 변화요인은 IT업계를 넘어 국가경제,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으로 등장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총 8회에 걸쳐 이러한 현상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지난해 12월말 KT와 MS간 전략적 제휴가 체결됐다.

 이들 두 회사간 전략적 제휴 체결은 세계에서 가장 진화된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무선통신사업자와 ‘e세상’에서 강력한 원천기술 보유회사와의 만남이라는 데서 눈길을 끌었다. KT는 MS를 매개로 세계적인 그룹으로의 도약을, MS는 KT의 진보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래 인터넷세상을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이 둘의 만남은 외형상 전략적 제휴지만 컴퓨터기술과 통신기술이 합쳐진 전형적인 통합의 모습이다. 이를테면 기술진화 단계에서 파생된 패러다임 전환기에 이 둘의 만남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MS의 빌 게이츠가 왜 KT를 선택했을까. 그것도 닷넷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을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첫무대로 왜 KT를 선택했나. 이 물음의 해답이 바로 KT의 가능성이자 국내 통신사업자의 미래 모습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새 패러다임의 주도권은 분명 우리나라가 쥐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진화된 통신네트워크와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에는 유무선을 넘나드는 유무선통합서비스마저 등장하고 있다. 가입자가 어디에 존재하더라도 유무선네트워크상에 있다는 점, 전국민이 1초 이내의 지구 생활권내에 존재한다는 점, 이것이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 통신망은 신기술의 테스트베드 성격을 지닌다. 초고속인터넷, CDMA 도입부터 cdma2000 1x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은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을 사전에 타진하는 실험국 성격을 갖춰왔다. 이런 과정이 선진화된 기술의 실험실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통신기술을 진일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CDMA시스템, 단말기를 비롯한 각종 상품들이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통합의 시대=패러다임 대전환의 예는 우리 경제 곳곳에서 노출된다. 경제학자들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 서비스와 서비스, 정책과 법간의 통합이 일어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통합은 기술진화에서 일어난다. 기술진화는 기술과 기술의 통합을 가져오고 이어 산업과 산업간 통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기술적인 토대가 구축되면 이어서 서비스간 통합이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가 통합되면서 완결된다.

 이미 유무선통합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국내 통신산업을 포함한 IT경제는 이들 네가지 모두가 통합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통합은 수백년을 이어져오던 제조업체, 유통업체, 서비스업체 혹은 1, 2, 3차 산업이라는 전통적인 산업구분방식을 완전 붕괴시켰다.

 정부부처간, 인터넷업체간, 통신사업자간의 통합은 물론 통신 3강구도 구축, 온라인매체 인수합병, 통신사업자·방송사의 중복영역 발생 등도 바로 이러한 통합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경제 예찬론자들은 바로 이러한 통합과정이 기존 산업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경제를 유도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 논지대로라면 통신과 방송, 인터넷과 오프라인, 통신서비스와 금융서비스, 가전기술과 통신기술, 관련법제, 정부부처간의 통합 등도 새로운 패러다임 대전환에서는 필수적인 통과의례다.

 ◇유무선통합서비스의 가능성=통합의 시대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는 유무선통합서비스다. 유선과 무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솔루션을 구사할 수 있고 유무선의 장점을 선택해 실생활과 밀접한 e비즈 솔루션 구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유무선통합은 크게 유무선 융합과 유무선 대체로 나뉜다. 유무선 융합이란 기존에는 별도로 제공되는 유선과 무선간 네트워크 서비스와 관련된 경영활동의 결합을 말한다.

 유무선 융합을 다시 세분화하면 물리적으로 동일한 통신설비를 이용하는 유무선네트워크의 융합, 기존 다른 서비스 제공기술에 관계없이 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 융합, 공동마케팅이나 통합고객 서비스 관련 경영자원을 공유하는 경영관련 활동 융합으로 구분된다.

 반면 유무선 대체는 기존 유무선망을 사용하던 고객이 다른 망을 이용해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전자의 유무선 융합이 통합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유무선통합은 기술, 산업, 서비스, 법제도상으로 거의 완결된 상태. 2월들어 하나로통신이 유무선통합서비스 상품이 정통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이미 외형상으로 완벽한 꼴을 갖췄다. 현재 통신사업자는 기존 유선과 무선으로 구분됐던 영역구분을 넘어서 제각각 유무선시장을 상호 침투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통합솔루션이 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경제와의 융합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금융, 유통, 거래를 망라한 다양한 솔루션을 내세우며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오프라인 경제권도 통신사업자의 시장잠식에 대비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등장할 유무선통합서비스는 우선 네트워크와 서비스, 관련 경영활동이 융합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유선서비스와 이동전화서비스를 결합하는 번들링 서비스, 단일번호를 통해 단말기나 사전에 선택한 네트워크로 수신할 수 있는 개인넘버 서비스, 유무선네트워크를 통해 메일을 확인하는 음성메일서비스, 여러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메시징 서비스, 유무선통합과금 서비스, 무선액세스 서비스 등이다. 응용되는 솔루션들로는 음성영상서비스로부터 과금결제, 전자지불, 상품판매, 대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새로운 양상의 소비자 문화유형 등장=가장 주목할 부문이다. 기존 유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중인 고객들이 상당한 수준의 이용능력을 가진 잠재적 고객으로 성숙했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들은 벨소리나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 증권거래 등을 통해 다져놓은 고객 이용기반이 e비즈 사업분야에서 싹을 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근거는 차원높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컬러 무선단말기와 유무선통합에 대비한 새로운 PDA, 노트북이 대중화됐으며 이들 단말기를 이용해 언제 어느곳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가능성으로 꼽힌다.

 e비즈의 확산은 음성통화에서 데이터통화로 전이됨을 의미한다. 통신사업자가 수익기반을 데이터 통화료로 삼을 것이냐 아니면 한차원 높은 ‘사업’의 영역으로 삼을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는 데이터통화만이 아닌 네트워크와 빌링시스템을 결합한 유통, 금융사업을 준비중이다. 고객의 이용기반 변화를 유도, 통화료로 돈을 벌지 않고 사업으로 벌겠다는 통신사업자의 야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올해를 대중적 e비즈 확산이 일어나는 기점으로 풀이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까지 준비한 e비즈 솔루션만으로 올해 1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T 역시 올해를 e비즈의 원년으로 보고 금융, 결제 등 기반이 마련될 경우 비약적인 도약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보다도 더 큰 폭발력을 가진 변화가 올해 일어날 것으로 예고된다.

 그동안의 정보화가 네트워크 구축, 신기술 개발, 기술과 기술의 결합, 단말기 보급이 주도하는 양적 변화 중심이었다면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e비즈 이용자가 되는 질적 변화가 도래하는 시기가 올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