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패러다임 바뀐다

e비즈가 「수익모델」등극

 “유무선통합서비스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유무선통합서비스가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올해부터 국내 산업과 경제 전반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KT 이상철 사장)

 “분명 패러다임 전환기입니다. 적어도 2, 3년 이내에 변화된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LG텔레콤 남용 사장)

 “통신사업의 수익모델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로, e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가능성을 최초로 엿보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SK텔레콤 표문수 사장)

 국내 대표적인 통신서비스 사업자 CEO들은 올해를 ‘패러다임 전환기’로 규정한다. 이들이 내린 국내 및 세계 통신시장 진단은 ‘지금은 전환중’이라는 것. 그것도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세계 통신산업의 뉴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되며 올해는 그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들이 ‘패러다임의 전환, 그리고 한국의 급부상’을 이야기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CEO들이 내린 결론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우선 통신과 방송, 인터넷과 오프라인, 서비스간, 기술간, 법제간 통합이 일어나는 현시점이 패러다임 전환기라고 지적한다. 80년대부터 이어진 정보화가 산업간, 경제간 근본축을 뒤흔들 만한 다양한 융합, 통합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전통산업을 이끌던 그룹들이 무너지고 정보시대에 적합한 논리로 무장한 새로운 뉴리더 그룹이 부상하면서 재계 서열마저 뒤바뀌고 있다. 이런 현상이 패러다임 전환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우리나라의 급부상을 예견한 이유로 전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되고 대중화된 통신네트워크를 꼽았다. 통합으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전환기 주역은 단연 네트워크와 고객정보, 빌링시스템을 보유한 통신사업자. CEO들은 그동안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네트워크에 다양한 상품을 얻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 통신사업자가 미래의 주역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발언은 8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정보화가 도로와 공단부지, 산업단지, 상업단지,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토목공사단계였다면 지금부터는 도로를 중심으로 곳곳에 제조업체, 유통회사, 아파트 등이 들어서 활동하는 시기라는 점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도로는 통신네트워크, 각종 기업과 상점들은 바로 e비즈니스를 위한 콘텐츠, 수익모델을 의미한다. 그간의 e비즈니스가 네트워크 구축과정에서 파생되는 적은 규모의 ‘푼돈’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거액’으로 전환된다. 바로 e비즈의 양질전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양질전환의 시기에 통신산업은 IT경제 자체가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혹은 전통산업을 이어주는 이른바 통합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부문별로 독자 발전하던 제조업, 유통업, 소비자를 네트워크상에서 연결해주는 것이 통신의 역할.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는 음성통화보다는 네트워크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상용화시켜 경제변혁의 주체가 된다는 논리다.

 이 시기에는 네트워크와 콘텐츠 구축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욱 강조된다. 이 관점은 전통적인 제조업체, 유통업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IT산업 발전의 모델이라는 ‘균형발전론’에 근거한다.

 산업시대에 도로가 경제발전의 축이 됐듯이 정보시대의 패러다임에서는 당연 통신네트워크가 그 몫을 차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선가입자 2200만명, 무선 2800만명, 초고속인터넷 1000만명,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묶을 유무선통합서비스 등은 신경제 질서 구축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