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체질` 강해졌다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IT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개 신용평가기관이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313개 기업 중 등급비교가 가능한 40여개 IT업체의 신용등급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표참조

 이번 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SK신세기통신이 합병 등으로 지난 99년 BBB-이던 신용등급이 지난해에 AA0로 무려 7계단 상승,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질적인 합병법인인 SK텔레콤도 1단계가 상승한 AA+로 올라서 이번 합병이 양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삼성그룹 IT업체들이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의 IT ‘삼두마차’는 수출경쟁력과 재무안정성을 인정받으며 최근 2년 동안 신용등급을 각각 2단계씩 상승시켰다. 특히 이들 3사가 글로벌 브랜드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신용등급의 상승조정은 국가신용등급의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길기모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승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들도 한국경제의 체질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한국의 투자등급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LG그룹 계열 IT업체들도 신용평가시장에서 선전했다. LG전선이 최근 2년 동안 A-에서 A+로 2단계 상승했고 LG전자와 LG산전이 각각 1단계씩 올라선 AA-, BBB를 기록했다.

 또 케이이씨와 대한전선도 실적개선 등으로 신용등급을 각각 1단계씩 끌어올렸다.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IT업체들은 주식시장이 갈수록 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해 76.6% 올랐으며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27.7%, 23.4% 상승했다

 이에 비해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과 반도체부문 매각을 협상중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99년 최고 BBB+ 정도로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받았으나 실적부진과 재무불안정으로 지난해엔 B- 등급까지 떨어졌다. 아이인프라와 로케트전기도 최근 2년 동안 신용등급을 각각 4단계, 3단계 하락했다.

 LG텔레콤과 데이콤은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의 정보통신부문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신용등급이 각각 2단계, 1단계 하락했다. 두루넷, 드림라인, 온세통신 등 후발 통신주자들의 신용등급도 1, 2단계 떨어졌다. 이동통신단말기업체인 텔슨전자도 1단계 하락했다.

 신용평가사들은 IT업체들의 신용등급은 앞으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사업아이템의 성패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