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주들이 미국증시의 약세라는 악재에 부딪혔다. 하지만 시장의 주요 변수로 인식됐던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20일 국내 주식시장 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날 나스닥시장의 급락이다. 19일(현지시각) 나스닥시장은 전주말의 회계관련 악재들이 금주들어서도 여전히 이어지며 3.02% 하락한 1750.61로 장을 마쳐 1800선마저 무너졌다. 지난주에 언급됐던 IBM(-3.26%)에 이어 시스코시스템스(-1.64%) 역시 회계관련 구설수에 오르며 시장 약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김현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의 추세는 다시 중기약세로 접어든 상황이다”며 “단기 낙폭이 크다는 점은 있지만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리며 가치주보다는 기술주의 약세가 더 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800선 돌파를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던 국내 거래소시장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며 5.38포인트 내린 776.89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도 0.18포인트 하락하며 75.67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의 약세에 비해서는 견조한 조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시장의 회복없이 국내시장만의 차별화된 강세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근 맥을 못추고 있는 미국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아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여야만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본격 매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동향은 외국인 매매패턴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최근들어 기관이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고 개인도 적극 매수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주가 영향은 증시에 미미했다는 평가다. 해외 증시의 약세에 따라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했을 뿐 ‘부시효과’는 당초 예상처럼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전날 방일한 부시가 고이즈미 개혁노선에 대해 강한 지지와 지원을 표명했음에도 불구, 닛케이지수 1만선이 붕괴되는 등 시장의 약세기조를 돌리진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미국 증시 폭락이라는 변수에 크게 주목했을 뿐 부시의 행보에는 그리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학균 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북미 관계는 국내 증시의 ‘컨트리 리스크’와 관련한 부분이지만 과거 경험상 북미 관계악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외국인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으며 다음주 무디스의 한국방문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부시파장이 크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