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송-미디업계 `태풍전야`

 미국 방송 및 미디어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http://www.wsj.com)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19일(현지시각) 단일 업체가 케이블TV업체와 지상파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정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단일 공중파 방송사가 미국 전체 TV시장의 35% 이상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을 재검토하라며 FCC에 환송했다.

 이로써 대형 미디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 세불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FCC의 규정이 기업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규제한다고 주장해 왔던 뉴스코퍼레이션·바이어컴·AOL타임워너 등의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케이블이나 위성채널을 보유하지 않은 월트디즈니와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대형 미디어 그룹의 일원이 아닌 NBC 방송 등의 움직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AOL타임워너와 NBC의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뉴스코퍼레이션의 폭스(Fox)TV나 바이어컴의 CBS 등은 M&A를 거듭해 이미 FCC의 제한점유율을 초과한 상태”라며 “이 판결을 계기로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이 결합한 전대미문의 강력한 미디어 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계인 마이클 파웰 FCC 의장도 민주당 영향하에 있던 이전 FCC 정책들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와 유사한 미국 미디어 시장의 규제철폐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FCC의 규정을 지지해 왔던 소규모 미디어 업체들은 이번 판결로 ABC·CBS·NBC·폭스 등 대형 방송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 권리 단체들도 미디어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란 의견을 표명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