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TV·PC 등을 중심으로 IT산업이 세계적 공급과잉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발표한 ‘공급과잉 경제의 도래와 그 파장’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형 주력산업을 신규 육성하고 국제간·기업간 협력을 강화하는 등 공급과잉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과잉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구당 TV보급대수가 두 대를 넘는 등 이미 포화상태에 있으며 90년대 이후 시장이 급팽창한 PC와 휴대폰도 현재 미국시장서 50% 내외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99∼2000년 사이 과도한 설비투자가 이뤄진 결과 2001년 들어 IT 버블조정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됐다. 작년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은 7% 정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IT산업의 공급과잉 현상은 곧 세계경기의 동반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연구소 측의 분석이다.
◇중국의 가세와 선진국 고령화 악재=그동안 경공업 제품위주의 생산에 주력해왔던 중국이 최근들어 IT분야 생산기지로 급부상함에 따라 향후 IT산업의 공급과잉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중국 컴퓨터시장은 2005년까지 매년 20∼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중국 반도체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2005년 2∼3%에서 오는 2010년이면 5%로 늘어나는 등 중국의 양적팽창이 세계 IT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지금까지 늘어난 생산량 처리에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해온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는 것도 IT산업 공급과잉을 재촉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의 고령화 비율은 15% 내외를 보이면서 젊은층 위주의 구매가 많은 IT제품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응전략=이미 메이저업체들의 감산과 합종연횡이 시작된 반도체업계는 라인 업그레이드로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시키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특히 보고서는 생산품목을 다양화해 범용제품과 특정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512메가 D램 양산, 12인치 웨이퍼라인 가동, 회로선폭 0.12미크론 이하 미세가공기술도 신규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포스트IT시대에 대비해 BT·NT 등 차세대 유망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집중시키는 등 산업구조를 기술·지식집약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공급과잉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밖에 △국가간·기업간 협력 △내수활성화 △기존 설비의 효율 극대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 협업 등을 통해 과잉생산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