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가벼운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이 필요하다면 아마도 라이트하우스 패밀리(Lighthouse Family)가 적격일 것이다. 그룹 이름에 이미 ‘라이트’란 말이 들어가 있고 의미 자체도 ‘등대가족’이다. 단번에 그룹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흑백 혼성듀오는 ‘영국의 국민그룹’이라고 할 만큼 영국에서는 막강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들이 최강의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은 말할 것도 없이 당시 요란하던 브릿팝이나 네오펑크 트렌드와는 차별화된 차분한 느낌의 음악을 전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국인은 그들의 음악으로 ‘휴식’을 취했다.
음악은 R&B 스타일이지만 판에 박힌 인위적 꺾기 창법을 동원하지도 않고 진한 흑인 냄새도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며 차라리 백인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얼마 전 발표된 세 번째 신보 ‘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day’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맑은 톤의 기타 사운드를 기초로 한 아주 은은하고 세련된 곡으로 가득하다.
첫 싱글 ‘I wish I knew how it would feel to be’와 따뜻한 코러스가 감동적인 ‘You always want what you haven`t got’이 우리의 귀를 살포시 때린다. 흑인적인 브라스밴드와 백인적인 통기타가 어울린 첫 곡 ‘Run’, 깔끔한 모던 록 사운드 ‘End of the day’, 현악 도입부가 인상적인 ‘It`s a beautiful day’ 등 전곡이 매력적이다.
내지르지 않고 시를 낭송하듯 읊조리는 보컬, 조금 지루할 듯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거기에 코러스가 더해지면 노래는 가슴속에서 정중동(靜中動)을 일으킨다. 마냥 부드럽지는 않다는 말이다.
흑백 파트너가 손잡고 빚어내는 사운드란 점에서 이른바 크로스오버기도 하다. 앨범 재킷 전반에 흑백 이미지가 전보다 더 강조돼 있으며, 같은 차의 다른 문에 서 있는 두 멤버의 모습 또한 크로스오버의 지향을 함축하고 있다.
문제는 라이트하우스 패밀리의 이런 완성도 높은 음악이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취향인 애절한 멜로디의 팝이 아니라 여전히 감성적으로 거리가 있는 모던 록 형식인 탓일 것이다. 2집 수록곡인 ‘High’도 CF 배경음악으로 쓰여 한때 관심이 이는 듯했으나 앨범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선전되지 못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피부보다 더 부드럽고, 소파보다 더 안락한 음악이 외면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해와 화합이 존재하는 세상을 꿈꾸며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가는 음악, 그 ‘음악 휴머니즘’이 언젠가는 통할 것임을 확신한다. 음악의 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편안함이다. 너무도 편해서 신보가 익히 알려진 멜로디 패턴을 반복했다는 비판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모처럼 어둠 속 항해를 인도하는 등대지기 음악을 맞는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