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체인식기술 이야기>(7)생체인식, 대중과 친해지기

 ‘지문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재일교포의 지문날인 반대운동, 범죄수사 등등. 좋은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지문날인제도를 반대하는 거부자 모임은 1950명을 헤아리고 경찰이 보관중인 지문정보의 반환청구 소송까지 걸려있다. 거부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체인식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생체인식의 대표선수격인 지문이 홀대를 당하고 있으니 홍채인식, 정맥인식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며느리가 미우면 차려온 밥상도 미운법. 미운털이 박혀서는 곤란한 생체인식 업체들의 대중과 친해지기 위한 묘수짜내기가 치열하다.

 한 홍채인식 업체 사원들은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에서 유리로 만든 방에 몇달 동안 갇혀지낸 개그맨 김한석을 그 가족보다 더 초조하게 지켜봤다. 스태프들만 출입할 수 있도록 달아놓은 홍채인식 잠금장치를 제공했기 때문. 유리를 사이에 둔 지척이지만 홍채인식 잠금장치로 막아놓은 고립무원(孤立無援)에서 김씨는 사생활을 공개했고 업체는 제품을 공개하는 협동작전이 펼쳐졌다. 업체 관계자는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홍채인식 장면이 몇번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한 청춘스타가 매일밤 지문이나 홍채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면…”하는 기대는 아직 저버리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 제품을 제공하고 광고를 하는 PPL(Product Placement)은 생체인식 업체들에 아주 낯설지는 않다. 남과 북 정보원간의 사랑을 다룬 히트작 ‘쉬리’에 등장한 정맥인식 시스템도 국내 정맥인식 업체가 공급한 것. 영화사에 남을 대박을 터트리는 바람에 덩달아 입이 찢어졌다는 소문이다. 최근 크랭크인한 영화 ‘뚫어야 산다(가칭)’에도 홍채인식과 지문인식이 소개된다. 고도의 컴퓨터 범죄시도와 이를 막는 최첨단 보안기술의 대결을 그릴 이 영화에서는 생체인식 기술이 실감나게 소개되는 만큼 참가한 업체들의 기대도 크다.

 영화뿐만 아니라 유치원, 병원에서도 대중에 손내밀기가 한창이다. 군복을 벗어던지고 ‘보통사람’임을 무던히도 강조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포스터에 아이를 안고 나섰던 것처럼 아이들은 이미지 구축의 만점짜리 동반자. 지문인식 업체들은 기술을 미아찾기에 응용하고 나섰다. 유치원이나 소아과에서 미리 아이들의 지문을 찍어놓고 경찰서나 보호소에서 미아의 지문을 검색해 아이를 쉽고 빠르게 찾아준다는 것. 수익모델보다도 지문인식 기술을 ‘좋은 일’에 사용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대중과 얼마나 친해졌느냐가 업체들에 절실한 것은 선입견 없애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을 대하는 사람의 호의에 따라 기능의 차이도 큰 것이 생체인식 기술. 지문인식만 봐도 손가락을 대는 사용자의 호의 정도에 따라 에러율이 10배 이상 왔다갔다 한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생체인식 기술이 열쇠나 패스워드처럼 친밀하게 생활에 스며들 수 있을지 업체들의 사활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문화까지 걸려있는 한판 승부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