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중심으로 약 20차례 실시된 벤처기업 대상의 해외투자유치설명회(IR)가 실질적 성과보다 투자설명회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전시행정 위주로 흐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부 민간 컨설팅회사들은 IR준비 소홀로 투자자와 제대로 연계시켜주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중기청·다산벤처·KOTRA 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주 유럽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잇따라 추진했던 벤처기업 IR는 2월말 현재 상담실적만 보고됐을 뿐 구체적 투자유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민간컨설팅 회사 주도의 투자유치행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중기청의 해외IR지원사업은 한차례에 5000만원에서 1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진행상황이나 결과는 전적으로 컨설팅회사에 맡겨져 있다. 또 중기청 자금지원을 받지 않는 일부 컨설팅회사는 해외IR준비 소홀로 업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는 “단순한 투자설명회는 물론 복합적 수출상담과 조인트벤처설립 등의 다양한 목표를 설정해 해외투자상담회의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점=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유치 및 해외진출 지원을 하는 각 기관들이 부분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투자설명회를 성공시키려는 노력과 전략이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처음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로부터는 좋은 행사라는 얘기를 듣지만 여러차례 해외IR에 나섰던 기업관계자들로부터는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특히 민간컨설팅회사들이 해외IR를 하던 것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만큼 컨설팅회사는 투자유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초 투자유치 성공의 잣대로 꼽히는 우수기업선정과 함께 책임있는 현지 관공서나 현지전문가 섭외 등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민간 컨설팅회사들이 주최하는 해외IR는 그야말로 ‘준비안된 IR’이어서 해외IR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말 실리콘밸리에서 2차례 민간 투자유치단을 만나보았다는 실리콘밸리 소재 i파크 박영준 소장은 구체적인 기업을 지적하진 않지만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행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불러모으는 IR행사 주최자를 여러번 보았다”고 말했다.
◇대책=중기청이 IT벤처중심의 해외IR에 항공숙박비를 제외한 모든 지원을 하는 만큼 선정된 기업들도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IR행사는 당사국에 충분히 알려진 기업, 즉 코스닥 기업중심의 행사로 이뤄져야 하며 세계적 첨단기술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전경련 산업협력재단 이우열 부장은 “국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이 해외에서 무슨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고 지적하면서 “투자유치가 목적이라면 싱가포르, 홍콩 등지의 투자전문가와 캐피털을 통해 투자유치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안산테크노파크는 지난해말 하와이기업경제개발관광사업부와 ITBT분야 10개 업체를 이끌고 투자유치에 나섰다. 이들 10개 기업은 투자유치를 하지는 못했지만 광고용 네온소재 제조업체인 지에이코리아 같은 회사는 수출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 소득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30회 정도 해외IR행사를 벌였던 중기청 관계자는 “해외 IR행사는 적어도 1년 정도 있어야 효과를 본다”고 말했지만 체계적 관리가 안되는 데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말하듯 해외IR를 담당하는 민간 컨설팅회사들과 중기청이 보다 체계적인 해외투자유치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상황과 성과를 관리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4차례 해외IR를 준비중인 서울시의 경우 “중기청의 지원을 받아 해외 IR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후 성과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