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진정한 게임의 본질

 ◆<민홍기 이소프넷 사장 h.min@esofnet.com>

 게임의 어원은 ‘흥겹게 뛰다’라는 인도 유러피안 계통의 ‘gehem’에서 파생된 단어다. 하지만 요즘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 혹은 ‘오락’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 일반적인 게임의 정의를 살펴보면 ‘제시된 규칙(법칙)을 수행함으로써 결과물에 대해 즐거움을 찾는다’라고 정리돼 있다.

 요즘 국내 개발자들은 게임을 만들면서 재미의 전달보다 외형적인 동영상이나 웅장한 사운드 등으로 다른 게임을 압도해 성공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유저 역시 몇 장의 스크린샷과 동영상만으로 그 게임의 전체를 섣불리 판단하는 사례도 많다. 게임의 1차적인 가치 판단을 동영상이나 그래픽적 기술 등 외형적인 요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재미가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만을 가지고서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엄청난 제작 규모와 3D 영상의 신기술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던 ‘파이널판타지 무비’가 외형적인 요소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영화가 지니는 기본적 구성 요소인 ‘재미’를 간과해 흥행에 실패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 방식의 선택보다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본질, 즉 ‘재미를 주는 요소’를 창조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이는 게임 사업에서는 ‘기획’이라는 단어로 정의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로 게임 기획의 중요성이다. 게임을 만들기 위한 기술은 필요 조건일 뿐이지 결코 필수 조건은 아니다. 건축 분야에서 아무리 고가의 자재와 화려한 마감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최초에 설계 도면을 잘못 작성했다면 차후 부실시공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낳게 될 것이다.

 게임 개발도 마찬가지다. 어떤 자재와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에 앞서 확실한 설계도가 제시돼야 효율적인 투자와 제작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업체들이 게임의 재미를 부여하는 큰 축을 단순히 외형적인 기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우수한 기획은 빈약한 기술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힘을 지닌다. 한때 국내 시장에 댄스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DDR 시리즈는 이를 여실히 입증했다. 이 게임은 발표될 당시만 하더라도 월등히 뛰어난 기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한참 유행하던 실제와 같은 3D 영상, 폴리곤 기술 등은 타 게임에 비해 훨씬 떨어졌다.

 하지만 ‘실제 음악에 맞춰 발판을 밟는 것으로 자연히 춤을 배운다’라는 신선한 기획은 전세계적으로 젊은 유행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초래했다.

 여기에 화려한 그래픽, 기술적 테크닉은 필요치 않았다. 순수한 기획력, 게임이 줄 수 있는 진정한 재미 추구가 거둬낸 결과물의 승리였다.

 기획력이라는 것도 기술력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의 기술 중심의 투자도 게임기획에 많는 부분을 할애해야 게임의 미래 또한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을 보면 스스로 만들어낸 많은 틀 속에 구속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단순히 콘텐츠의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제는 게임이 줘야 할 재미의 본질에 대해 먼저 탐구해야 한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자.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게임으로서의 본질을 지닌 콘텐츠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게임 비즈니스는 테크놀로지 비즈니스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다. 즉 게임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흥행 사업이라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게임 개발에 앞서 게임의 존재 의미를 이해할 때, 게임의 성공 여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치밀한 기획력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진정한 게임 강국으로 진입하는 하나의 왕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