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는 철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1884년 ‘월스트리트저널’을 창간한 찰스 다우와 에드워드 존스는 거래가 활발한 대표적인 주식 11개 종목을 선정해 주가의 평균을 다우존스지수로 발표했다. 당시 11개 종목 가운데 9개가 철도주였다. 지금도 종합평균은 공업주(30종), 철도주(20종), 공공주(15종) 등 65종으로 구성된다.
철도주가 없었으면 월스트리트도 없었을 것이라고 할 만큼 철도주의 거래가 특히 활발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방정부가 철도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 불하했기 때문이다. 철도회사는 이 토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고 월스트리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에 이어 미국 역대 부호 3위에 꼽히는 철도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는 해운업에서 번 돈으로 철도주를 사 모아 1873년 황금노선인 뉴욕 센트럴 철도를 장악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 J P 모건의 창업주인 존 피어폰트 모건은 밴더빌트와 철도주 매집 경쟁을 벌이다 밴더빌트가 죽자 그 아들에게서 뉴욕 센트럴 철도 주식을 인수해 세계 최고의 철도왕이 됐다. 그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후원자로 나서 벤처투자에 대한 선구적인 안목을 과시했다.
‘서부의 철도왕’으로 꼽히는 릴랜드 스탠퍼드는 센트럴퍼시픽철도를 설립해 막대한 재산을 벌었으며, 병으로 죽은 아들을 기려 1891년 스탠퍼드대학을 설립했다. 스탠퍼드대학은 휴렛패커드·선마이크로시스템스·야후·시스코·어도비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켜 실리콘밸리의 산실이 됐다.
‘월스트리트의 악마’라 불리는 제이 굴드는 철도회사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부러 기차를 탈선시키거나 전복시키기도 했다. 그는 레틀랜드 워싱턴 철도회사를 인수한 뒤, 유니온퍼시픽철도를 매입하고 미주리퍼시픽철도를 건설하는 등 1881년까지 미국 철도의 15%를 차지했다.
철강왕과 석유왕도 철도주에 관심을 가졌다. 앤드루 카네기는 1853년 펜실베이니아철도에 취직, 12년간 근무하면서 철도주에 투자해 번 돈을 종자돈으로 해 철강사업을 시작했다. 존 록펠러는 세계 철도의 통합을 꿈꾼 친구 에드워드 해리먼을 지원했다. 해리먼은 유니언퍼시픽철도의 회장으로 센트럴퍼시픽과 서던퍼시픽을 통합했으며 남만주철도(南滿洲鐵道)를 인수하려 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19세기에 철도 건설에 필요한 각종 지원책을 제시해 철도주의 주가를 높였다면, 20세기에는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를 주창해 닷컴시대를 열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이 내건 전략이다.
그러면 밴더빌트와 같은 철도왕에 비유할 수 있는 인터넷왕으로는 누굴 꼽을 수 있을까?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세계 최고의 부호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의 큰 손인 워렌 버핏은 2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3위,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4위,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는 55위에 올랐다.
철도왕 자리를 놓고 일부러 기차를 탈선시키고 ‘검은 금요일’(Black Friday:1869년 9월 24일)을 초래했던 것처럼, 인터넷왕을 노리는 투자가들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주식’을 갖고 그 꿈을 실현하려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