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중인 SI산업 활성화방안 가운데 중소기업제한경쟁입찰제도는 앞으로의 구체적인 정책입안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다.
중소기업제한경쟁입찰제도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정보화사업 가운데 일정규모 이하의 소액사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만을 입찰대상으로 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형 SI업체들이 소규모 국가정보화 프로젝트에까지 참가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중소 SW업체에 일정 규모의 시장수요를 별도로 보장해주는 직접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다.
이 제도를 통해 정부는 중소기업 등 약소 경제주체에도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SW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전체 SW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중소기업제한경쟁입찰제도 도입을 위해 정통부는 지난해 이미 재정경제부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에 관한 협의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구체적인 중소기업 지정범위와 규제대상 프로젝트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도급순위에 따라 수주할 수 있는 공사금액의 하한을 정해놓은 건설업분야의 중소기업지원제도를 IT분야에 응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정통부는 중소기업제한경쟁입찰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안 마련을 위해 별도의 연구사업도 계획중이다.
하지만 SI업계는 중소업체와 대기업간의 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국내 SI산업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지정범위와 규제대상 프로젝트의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시하는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정보처리 및 컴퓨터운영업 부문) 규정은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기준을 국내 SI업계에 적용할 경우 상위 몇개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SI업체가 대그룹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범위에 포함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일정 규모 이하 정보화사업에 대형 SI업체의 입찰참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거나 정부 및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정보화사업 가운데 일정 비율을 중소업체에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2가지 정부 방안 모두가 실효성 측면에서 허점이 많다는 지적들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발주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데다 중소업체에 일정 비율의 물량배분을 의무화할 경우 오히려 알맹이 없는 정보화사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형 SI업체들도 “일방적으로 중소업체의 참가를 보장할 경우 원활한 공공 프로젝트 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 프로젝트 참여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따라 정통부는 컨설팅 및 정보전략계획(ISP) 수립과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등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소규모 사업이라도 대기업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소업체가 소규모 정보화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중간감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하지만 SI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장대로 ISP 및 컨설팅과 소규모로 시작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시범사업 내지는 1차사업을 제외하면 중소업체에 부여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는 지금의 단순하청 수준의 작업내용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SI산업 전반에 사업영역 및 솔루션별 전문화 풍토가 정착되지 않는 한 중소업체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지원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들이다.
따라서 중소 전문 SI업체의 지원을 통해 SW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공정경쟁의 시장원리를 깨뜨리지 않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과연 정부가 제시할 수 있을지에 SI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