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학술대회서 거론된 `하이닉스 처리` 방향

 21일 밤 8시 제9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가 열린 천안 상록리조트 컨벤션센터 럼프 세션장. 이곳에선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연·관 전문가 8명이 모여 ‘21세기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략’이란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유회준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패널토의에서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 방향이었다.

 대부분의 패널들은 자칫 설화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조심스럽게 각자의 의견을 피력해 갔으며 첫 화살은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애널리스트로부터 쏘아졌다.

 최 애널리스트는 “경제, 산업적인 측면, 단기적으로 문제를 풀 것인가 장기적인 문제로 풀 것인가,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정리 등 3가지로 문제를 요약해 볼 수 있다”며 “우선 문제를 해결하는 측에서 혹 터져나올지도 모를 책임론 등 내년 청문회를 걱정하는 분위기보다는 독립적인 판단에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D램가격이 좋은 상태이나 수요자보다는 생산자가 가격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유동적이다. 영업이익을 내면서 자생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시 여론이나 정치권이 부담스러울 것이다”며 세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바톤을 받은 허염 하이닉스 부사장은 “합병하면서 많은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안다”며 간접적으로 합병이 하이닉스의 재정출혈을 가져왔다고 시사한 뒤 “시스템온칩(SoC)은 미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임베디드 메모리로 나가면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D램을 바탕으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시스템IC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소생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신윤승 전무에게 마이크가 돌아가자 “노코멘트”라고 짤막하게 말을 받으며 “현재의 경쟁력으로 판단하기보다는 2∼3년후의 변화된 환경과 기술을 바라보며 롱텀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산자부 반도체 전기과 이진광 사무관은 이에 대해 “민감한 사안에 정책입안자가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경쟁력이 있다는 것(하이닉스가)에는 동의한다. 이 문제는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금융계, 나아가 국내의 미래 반도체산업을 좌지우지할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해 원만한 타결을 이루어야 할 것으로 안다”며 원론에 가깝게 답변했다.

 이어 정통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기권 산업기술과장은 “SoC 주무과장의 입장으로 봤을 때 최 애널리스트의 정부질타는 수용한다”면서 “현재의 트렌드가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가고 있으며 특히 SoC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해 질문의 핵심을 피해갔다.

 이날 패널토의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했지만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문제를 바라보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시각이 단편적이나마 드러난 의미있는 자리였으며 비록 정부 당국자에게는 쓴소리일지 모르지만 정부는 정치적인 판단이 아닌 각계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패널들이 의견 일치를 보였다.

 한편 이날 열린 럼프세션에서는 향후 국내 반도체산업이 메모리에서 비메모리 분야로, 특히 SoC로 기술 개발 방향이 바뀌어 가야한다는 것과 자생력 확보 방안 및 세계 경영전략 수립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