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움 / 아야 케마 지음 / 마·주 翰 펴냄
“우리가 삶에서 이와 같은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지혜의 덕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지혜의 곁에는 믿음이 함께 한다. 믿음은 지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주 강해.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너는 약하지만 올바른 길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어. 나에게로 와 어깨에 타렴. 우리 함께 멀리까지 가자.” 맹목적인 믿음은 큰 산을 옮길 수 있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어느 산을 옮겨야 할지 모른다. 지혜는 그에게 올바른 길을 가리켜준다. 지혜는 우리의 마음을 투시할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
메모: ‘눈먼 믿음’, 옳고 그름의 분별 없이 무작정 받아들이고 믿어버리는 맹신(盲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믿음은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수 있는 용기와 추진력을 심어주지만 방향을 잘못 잡을 때 치러야 할 대가는 무척 크다. 이단사설에 빠져 가정이 깨지고, 순박하다못해 어리석어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차이고는 눈물짓는 이야기들. 때론 한 국가가 잘못된 이념과 사상에 빠져 세계를 유린하려 들었던 시절도 지난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끌고 나갈 자신감이 없어 머뭇거리다가 시기를 놓쳐 가슴을 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것저것 주변을 살피고 때로는 나아가는 앞길에 놓여 있는 암초와 겪어야 할 고난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결국은 중단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님과 앉은뱅이가 팀을 이뤄 공생(共生)의 길을 찾아 나서듯, 각자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서로 손을 내밀어 맞잡을 수 있는 윈윈의 자세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넘쳐오르는 에너지를 내부에 갖고 있는 믿음은 에너지를 쏟을 올바른 대상을 알기 위해 지혜에게, 가야 할 방향과 대상은 알지만 걸음을 옮길 힘이 부족한 지혜는 믿음에게 어깨를 기대듯.
혹 나의 눈이 가리어지고 어두워진 것은 아닌지, 내 다리의 힘이 빠지고 무릎이 꺾이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며 적절히 지혜와 믿음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늘 ‘인생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힘있게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