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프로처럼 취미는 마니아급으로.’
삼성코닝 수원 사업장에 근무하는 신충복 대리(47)는 20년간 1600도가 넘는 고열의 용해로(규사를 녹이는 고로) 곁에서 최고의 유리를 만들며 불을 지켜온 프로메테우스다. 그의 20년 관록은 용해로에 녹아있는 유리 색깔로 정상온도(3도)를 구별할 정도다.
평소에 불을 다스리는 신 대리는 10년동안 휴일이면 늘 바다와 강으로 향했다. 그의 휴일 나들이는 늘 물속 세상을 만끽하는 스쿠버다이빙. 불을 관리하는 그의 관록만큼 스쿠버다이빙도 실력가다. 산소통을 메고 하루 3번 바다로 들어갈 만큼 아마추어로서는 수준급이다. 그가 스쿠버다이빙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군대 시절. 해병대를 제대한 그는 강원도 해안에서 복무하며 바다속 세상에 매료됐다.
그후 그는 한강과 섬진강, 동해, 서해, 남해 등 국내의 강과 바다 속을 탐험하며 그의 꿈을 펼쳤다. 이런 그에게 바다 속 세상은 곁불과 다름없이 편안하고 아늑한 장소다.
휴일이면 바다와 강으로 향하는 신 대리는 일에서는 그야말로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그는 삼성코닝의 제안왕을 연거푸 먹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와 인도, 독일 등 삼성코닝의 해외 현지공장에서 현지화 업무를 위해 일류명장으로서 현지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도맡아 왔다.
대외적으로도 그는 오염된 바다와 강에서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스쿠버다이버로, 친환경적인 레포츠를 이끄는 사람으로 자자하다. 이런 그가 최근에는 얼음을 깨고 강바닥을 바라보는 아이스 스쿠버다이빙과 헬스로 겨울을 나고 있다. 바로 불을 지키는 건장한 프로메테우스가 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홍보팀 이재형 대리 역시 평상시에는 치열한 업체간 경쟁속에서 1위를 고수하기 위해 PR 전략을 꾸리는 전략가지만 휴식시간에는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마니아.
주말이면 그의 낮과 밤은 또 다른 소음과 전쟁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는 음악광이자 서바이벌광이기 때문.
음악이라고 하면 흔히 음악감상이나 하겠구나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기타 연주경력 20년, 색소폰, 드럼, 피아노, 베이스 기타, 대금과 피리까지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다. 대학시절 회사원들을 상대로 기타를 강습했고, 대학연합 노래패인 ‘쌍투스’에서 드럼과 베이스를 연주한 실력파다.
전 직장에서도 그는 노래패를 조직해 리더할 만큼 그의 음악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최근에는 폴 사이먼 인터넷 동호회에서 조직한 노래패에서 드럼과 기타를 치며 폴 사이먼에게 보낼 기념 음반을 준비중이란다.
그의 이런 마니아적 기질은 일과 휴식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소신에서 나온다. ‘일은 프로처럼 취미는 마니아급으로’ 이런 그가 최근 재즈에 빠졌다. 그래서 요즘 그의 꿈은 40살 이전에 재즈클럽에서 넥타이를 메고 연주를 하는 것이다. 넥타이 부대도 마니아가 될 수 있다는 끼있는 항변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