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의 개막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누리게 될 가장 큰 혜택은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의 다채널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방송은 개국 첫해인 올해 비디오 채널 86개 및 오디오 채널 60개를 제공하며 매년 채널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콘텐츠 수급을 위해 위성방송은 지난해 6월 1차 심사를 거쳐 비디오 채널 49개, 오디오 채널 60개를 공급할 채널사용사업자(PP)를 선정한 데 이어 단계적으로 채널을 추가했다.
장르별로 구분할 때 가장 채널수가 많은 것은 단연 영화 채널이다. 영화 채널은 OCN·HBO 등 기존 케이블TV에 공급돼온 영화 채널 5개 외에도 MGM·CS-TCM 등 위성을 통해 첫선을 보이는 신규 채널 7개를 포함해 총 12개에 이른다.
특히 종합 영화 채널은 물론 고전·무협·제3세계 영화 등 마니아들을 겨냥한 틈새 영화 장르 채널과 함께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성인 영화 채널의 등장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성인 전용 콘텐츠가 제공되는 3개 채널은 모두 심야 시간대에 한정해 별도 요금을 내야 시청할 수 있다.
스포츠·음악 채널은 각각 5개이며 오락(7)·정보(9)·취미생활(7)·뉴스 및 공공(5)·홈쇼핑(4) 채널 등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스포츠·오락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지상파 계열의 채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카이KBS·MBC플러스·SBS미디어넷 등 지상파 방송사 계열사들은 각각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케이블TV에 이어 위성방송에도 스포츠 및 드라마 채널의 인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단일 장르로는 스포츠와 함께 숫자가 가장 많은 음악 채널은 5개 채널 모두 나름대로 차별화된 음악 콘텐츠 제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10대 취향의 댄스 음악 외에도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 및 한층 세분화된 장르의 음악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정보 장르의 독특한 채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부문에서는 ABS농어민방송·뷰티TV·헬스스카이TV·시민의방송 등 위성방송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정보 채널들이 포함돼 있다.
슈퍼스테이션 채널이나 프로모션 채널도 눈길을 끈다. 지역방송사 및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을 중점 편성할 슈퍼스테이션 채널은 각 지역의 정보제공을 통해 지역문화 창달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패키지 및 채널 편성에서부터 관련 소식에 이르기까지 위성방송 프로모션을 위해 만든 ‘스카이플러스100’ 채널은 가입자들의 보다 편리한 TV시청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동안 수준높은 외국방송의 시청을 고대해왔던 사람이라면 더빙이나 자막없이 재송신되는 외국방송 7개 채널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위성방송을 통해 재송신되는 외국방송은 CNN·NHK월드프리미엄·스타스포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수 채널들이며 디즈니·애니멀플래닛 등은 교육 채널로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채널수가 많다보니 그동안 두자릿수에 머물렀던 채널 번호대도 세자릿수로 늘어났다.
스카이라이프는 외국의 전례와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편의를 고려해 유사한 장르의 채널을 같은 번호대에 배치했다.
이에 따라 PPV 채널은 100번대, 공공채널 및 지상파·홈쇼핑은 200번대, 영화는 300번대, 스포츠 및 뉴스는 500번대 등으로 채널을 집중시켜 번호를 할당했다. 오디오 서비스는 800번대에 배치됐으며 900번대에는 자신이 즐겨보는 채널을 묶어 별도로 시청 가능한 ‘선호채널’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같이 위성방송이 일단 눈에 띄게 많은 다채널로 서비스를 개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향후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채널의 양적인 팽창에 걸맞은 질높은 프로그램의 수급이 시급한 과제다. 위성방송이 PP선정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도 바로 케이블TV와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였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아 애를 먹었다.
위성방송이 향후 채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려 한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독립제작사를 육성하거나 독특한 틈새 채널을 발굴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채널이 넘쳐난다 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다면 시청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위성방송이 추진하는 콘텐츠투자조합 운영안 등은 매우 환영할 만한 대안이며 국내 영상산업 발전 차원에서도 결실을 기대해 볼 만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